'일하는 국회' 무색…국감 앞두고 또 정쟁 빠진 정치권

'일하는 국회' 무색…국감 앞두고 또 정쟁 빠진 정치권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서 17일에도 국회 파행이 이어졌다.

'일하는 국회' 구호가 무색하게 국정감사 일정까지 타격을 입으면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비롯해 19일까지 예정된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표연설이 줄줄이 취소됐다. 전날 야당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조 장관이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정기국회 일정 논의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오늘 특별히 만날 일정이 없다”며 정기국회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주중에 만나기로 했는데 날짜는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17일부터 사흘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으로 23~26일 대정부질문, 30일부터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미뤄지면서 정기국회 의사일정 이 파행을 겪고 있다. 주중 회동해 정기국회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불확실한 상태다.

삭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삭발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자유한국당)

야당의 '조국 파면' 공세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황교안 대표 삭발 이후 '릴레이 삭발'을 이어갔다.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했다. 강효상 의원도 동대구역에서 '위선자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했다. 이학재 의원은 국회에서 3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한국당은 촛불집회를 열어 장외 투쟁을 벌인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文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1인 시위와 투쟁을 이어갔다.

한국당은 민주평화당 등과 접촉하면서 조 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및 특검 등 원내 투쟁 공조 가능성을 타진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3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학재 의원을 방문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3일째 단식 농성 중인 이학재 의원을 방문했다.

민주당은 국회 파행을 두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든 사안을 임명 철회와 연계하는 것은 억지”라며 “야당의 생떼로 민생은 방치되고 병들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을 '극단의 정치'라고 몰아붙였다.

올해 국회는 9월 정기국회마저 초반 파행을 겪으면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매년 2월, 4월, 6월, 8월에 임시회를 소집하게 돼 있는데 이를 전혀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올 상반기 2월에만 임시회를 열고 이후 내내 '빈손 국회'로 마감했다. 4월 국회는 패스트트랙으로 얼룩졌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여야가 8월에야 추경을 늑장 처리했다.

여야 정쟁에 계속해서 민생과 정책이 밀리고 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마지막 정기 국회에서 만큼은 일하는 국회를 보고 싶었을, 민생문제에 있어 성과를 기대했던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며 “조 장관을 둘러싸고 정당 간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다하더라도 국회는 국회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거대 양당을 비판했다.

한편 조국 장관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지도부 등을 예방했다. 조 장관은 문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가족 등 문제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고, 이 문제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조 장관은 힘든 상황이지만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으니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고, 문 의장은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인지 기준을 세워서 잘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공동취재 안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