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 2019

[전자신문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 2019

[전자신문 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 2019]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2019 기해년(己亥年). 폐허만 남은 땅 위에서 수없는 위기를 넘어 첨단 제조업 강국을 일군 대한민국이 또 다시 벼랑 끝에 서 있다. 제조업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기술 강대국의 견제와 도발이 이어진다.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37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산업의 기술독립을 선언한다.

하나, 기술 자립과 독립을 도모해 주력산업 초격차를 확보한다.

하나,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점해 신산업 창출의 계기로 삼는다.

하나,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이룬다.

지난 7월 일본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정밀 조준해 경제보복 조치를 연이어 가했다. 불화수소 등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핵심 3개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수출 심사를 면제해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한 사실상의 경제 침략이다.

일본은 핵심 소재부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산업 기반을 공격하며 외교적 해법을 압박했다. 양국 간 외교 현안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동시에 우리나라 차세대 산업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의 막무가내식 보복 조치에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등 한·일 간 경제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기술독립'이다. 한국은 누가 뭐라 해도 제조업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연평균 4.6%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은 제조업이 허리를 받쳐줬기 때문이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경기위축 상황을 견뎌낸 것도 제조업의 힘이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세계 정상권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엔진 국산화부터 이어진 소재부품 산업과의 동반성장이었다. 수많은 고난과 위기를 극복해온 대한민국이다.

이제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독립으로 답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기술독립은 아니다. 우리가 잘하는 고부가가치 품목은 연구개발(R&D)부터 대량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기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와 함께 일본 의도를 냉철하게 파악하고 외교적인 해결책을 찾는 투 트랙 전략을 꾀해야 한다. 산업계도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핵심 소재부품을 국산화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자신문은 창간 37주년을 맞아 '기술독립선언 2019'를 주제로 기술독립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했다. 기존 주력산업과 미래 성장산업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전문가 제언을 담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기술독립을 위한 산업정책과 연구계의 과제'를 주제로 특별대담에 나섰다. 김광호 초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반도체 산업 생태계 혁신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한·일 무역 전쟁은 제조업으로 일어선 우리나라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력산업은 어떻게 초격차를 확보해 나갈 것인지, 또 미래 성장동력은 어떤 기술로 창출해 나갈 것이지 고민해야 한다. 또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도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들었다. 기술독립을 위한 움직임은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해외에서 기술독립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산업 실크로드를 구축하기 위한 현장도 직접 다녀왔다.

기술독립은 단지 일본과의 경제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 조치로 끝나선 안 된다. 본지 기자들은 각계각층을 만나고 다양한 산업 현장을 찾았다. 독자들에게 '기술독립'이 가져올 새로운 희망의 지도를 보여주기 위한 일념이다. 더 이상 기술 종속으로 흔들리는 나라가 되선 안 된다.

기술은 언제나 혁신의 원동력이었다. 먼 옛날 바퀴의 발명은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다. 성직자와 주술사들은 바퀴가 세상의 종말을 부를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혁신을 도모하는 기술은 언제나 저항에 부닥친다. 하지만 오늘날 바퀴에 대한 평가는 혁신 그 자체이고, 산업혁명을 있게 한 태초의 마중물이 됐다. 이제 '뿌리 깊은' 제조업 강국으로 새로운 여정에 나서는 대한민국에 기술독립이라는 네 바퀴를 장착해야 할 때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