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에게 수천억원 손실을 안긴 파생결합펀드(DLF)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 올해 7월말까지 2조4457억원의 DLF를 팔아 227억원, 우리은행도 1조6110억원을 팔아 170억원대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이들 두 은행이 작년부터 판매한 DLF는 4조567억원으로 금융권 전체(4조7462억원)의 85%에 달했다. 판매수수료는 전체 94%에 육박했다.
30일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서울 노원갑)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DLF 상품을 팔아 챙긴 판매수수료는 전체 94%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두 은행은 DLF 판매량을 늘리면서 판매수수료율도 꾸준히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6년부터 0.67%의 판매수수료율을 받았지만 작년에는 0.87%, 올해에는 0.99%까지 수수료를 올렸다. 우리은행도 2015년 0.2%에 불과하던 수수료율을 작년부터 1% 넘게 받고 있다.
독일금리연계 DLF 상품의 경우, 대부분 1%가 넘는 고율의 판매수수료를 받고 있다. 9월16일 첫 번째 만기가 도래한 KB 독일금리연계 DLS의 경우 판매 시 1.4%의 수수료를 받았다. 이 상품은 만기가 6개월짜리로 연으로 환산하면 3% 가까운 수수료를 받은 셈이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펀드 판매수수료는 납입금액의 2%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만기를 짧게 하면 얼마든지 규제를 피해 수수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사모로 판매할 경우 이런 규제마저 특례를 통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5년간 5대 시중은이 파생결합상품 판매로만 1조9799억원의 판매수수료를 걷은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에서는 2015년부터 올해 8월 초까지 5년도 안 되는 기간에 460만 건, 208조원 상당의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했다.
5대 은행이 판매한 파생상품은 2016년 23조5566억원에서 작년 55조9131억원으로 불과 2년 만에 1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객 손익과 무관한 판매수수료 수입도 2078억원에서 5463억원으로 163% 급증했다. 올해도 8월초까지 벌써 4323억원의 수입을 챙겼다. 같은 기간 판매수수료율은 0.88%에서 0.98%로 0.1% 포인트 증가했다.
5대 은행은 전체 파생결합상품의 83%인 172조원 어치의 ELT를 5년간 판 것으로 나타났다. 또 ELF로 21조원(10.2%) 상당을 팔았다. 최근 문제가 된 DLF는 9조3105억원(4.5%), DLT는 4조7618억원(2.3%)을 판매했다.
고용진 의원은 “은행 고객들은 대부분 예·적금 위주의 안전한 투자를 찾는다” 면서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초고위험 파생상품은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에서 초고위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국감에서 은행 파생결합상품 판매 과정에 불완전판매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피해를 본 투자자 구제와 제도개선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표]최근 5년간 5대 은행별 파생결합상품 판매 및 수수료 현황(단위 : 억원)
(자료-고용진 의원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