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일링스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플랫폼으로 차별화를 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 산호세에서 열린 '자일링스개발자포럼(XDF) 2019'에서 기자와 만난 빅터 펭 자일링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일링스가 독자 구축한 FPGA 플랫폼으로 관련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말했다.
FPGA 칩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용도에 따라 회로를 바꿀 수 있는 칩을 말한다. 시제품 제작 등으로 쓰였던 FPGA 칩은 최근 인공지능(AI) 개발 분야에서 조명 받고 있다. 데이터 종류와 크기가 수시로 변하는 AI 환경에서 상황에 따라 회로 형태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FPGA 기술로 AI 개발자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전자장치 등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FPGA 시장에서 6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자일링스는 이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머신러닝 정보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추론' 영역에서 우위를 점한다. 중앙처리장치(CPU) 강자 인텔,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함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자일링스는 AI 분야에서 확실한 FPGA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신임 최고경영자로 빅터 펭 CEO가 임명된 이후 가파르게 일어난 변화다.
펭 CEO는 지난해 XDF 기조연설에서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병목 현상 등 문제를 해결할 AI 가속기 칩과 기술을 발표했다.
올해 행사에는 FPGA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부담 없이 AI 알고리즘을 짤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AI 개발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통합한 플랫폼 '바이티스(Vitis)'를 발표했다. 11월부터 자일링스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오픈 소스를 제공한다.
펭 CEO는 “어떤 FPGA 경쟁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만의 플랫폼”이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대형 경쟁사도 IT 대기업과 협력 등으로 FPGA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자일링스는 '선택과 집중'으로 관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펭 CEO는 “경쟁사가 새로운 FPGA 아키텍처를 선보였지만 혁신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경쟁사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다양한 칩을 관리해야 하는 그들보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우리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제품을 진열한 백화점식 경영보다 자일링스가 가장 잘하는 영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부티크식 경영으로 독자 영역을 확보하겠다는 이야기다.
자일링스는 최근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솔라플레어, 비디오 인코딩 업체 엔지코덱 등 회사 인수로 FPGA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은 언급할 수 없지만, 설계 자산(IP)이나 소프트웨어 기술에 재능이 있는 회사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산호세(미국)=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