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디티(Commodity)와 프로덕트(Product). 비슷한 용어로 여겨진다. 우리말로는 보통 상품과 제품으로 부르지만 꼭 이렇게 구분해서 쓰라는 법도 없다. 실상 두 가지는 다르다. 코모디티는 대체로 원료를 이른다. 반면에 프로덕트는 이 원료를 가공해서 만든 무언가를 지칭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은 특별한 의미를 포함한다. 코모디티는 정작 구분이 어려운 뭔가를 말한다. 다소간 품질 차이는 있겠지만 1등급 밀가루는 누가 제조한 것이든 비슷하다. 프로덕트는 다르다. 어느 면에서든 차별화된 다른 제품을 말한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자신이 뭔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역설은 이럴 때마다 차이는 줄어든다는 점이다.
우리 자신을 소비자로 한번 돌아보자. 몇 년 전까지 꼭 찾던 브랜드가 뭐였는지 잊은 지 오래다. 마트 진열대에서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고르는 게 일상이 됐다.
한때 대세이던 차별화는 마법을 잃은 지 오래다. 브랜드 전략이나 마케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 거기서 거기가 된 내 제품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상식은 여전히 차별화를 지목한다. 물론 정답이다. 문제는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느 상식이 그렇듯 역설이 있다. 차별화를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그 대신 '상품됨'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인가.
상품화로 흔히 부르는 이 과정은 나만의 차이를 덜어 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다고 품질은 낮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상품이 말하는 기본 품질과 성능에 더 충실하라는 것이다.
이러면 두 가지 장점이 생긴다. 첫째 구분 없는 수요다. 마트의 길쭉한 여러 줄 매대 앞에 서서 뭘 고를까 망설이는 소비자가 고객이 될 수 있다. 둘째 이른바 가성비다. 기본 성능만을 따진다면 다른 차별 제품에 비해 비교우위 가격이 나온다.
그럼 이것으로 끝인가. 그렇다면 '펀 한' 구석이란 없다. 이제 다시 세 가지를 붙인다. 첫째는 기본 성능에 품질을 높인다. 저렴한 제네릭 제품을 만들던 기존 기업에는 뜬금없는 공격이다. 이곳에서 품질이란 생각 못한 희소품이다. 둘째는 서비스 붙이기다. 고가 제품에나 붙던 서비스도 좋다. 이 가격에 기대 못한 감동을 붙인다. 셋째는 최소 비용의 다양화다. 고객 취향에 맞추되 가격은 최소한만 붙인다. 라면이라면 작은 따로 스프 봉지 하나가 주는 예측 불허 반전이다.
이렇게 프로덕트는 코모디티가 됐다가 다시 프로덕트로 되돌아온다. 누군가 매대 이곳저곳을 찾게도 한다. '리버스 코모디티 혁신'이라 불러도 그만이겠다.
어느 단주 모임에 규칙이 두 가지 있었다. 한 가지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매주 모임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저녁 모임에 한 청년이 만취한 채 나타났다. 이튿날 간사가 운영진을 모았다. “참석을 금지시켜야겠어요.”
본인도 지독한 알코올 중독자인 다른 간사가 말했다. “그가 그날 안 나오는 게 나을 뻔 했군요. 그랬다면 다들 걱정하고 이튿날 안부전화 몇 통 받는 것으로 지나갔을 테니까요.”
종종 정답은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실상 세 푼어치 더 나은 선택도 있다. 거꾸로 돌아가는 혁신에 종종 길이 있다. 그래서 혁신은 따져볼 만한 '펀 한' 물건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