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치매 예방으로 건강 100세 시대를 구현하자

김재욱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재욱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기대수명이 꾸준히 증가하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은 여전히 기대수명과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만성질환 중 가장 무서운 질환으로 치매를 꼽는다. 보건사회연구원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노인 10명 중 4.4명은 암이나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기능 퇴화로 가족도 못 알아보는 것은 물론 일상생활도 불가능해지게 돼 환자의 존엄성 훼손 및 가족의 정신적 고통의 문제가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은 다섯 가지뿐이고 현재는 네 가지만 판매되고 있다.

2003년 알츠하이머질환 증상 조절 약물인 메만틴 승인 이후 끊임없는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추가 승인된 약물은 없는 실정이다. 화이자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치매 치료약 개발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개발 어려움을 절실히 보여주는 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판매되는 치매 치료제도 증상 완화·지연 효과뿐 완치는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알려진 유일한 치매 극복 방법은 증상이 나타나기 직전 또는 발현 정도가 미미한 치매 위험군을 사전에 선별해 예방의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긴 시간 소요되는 정밀검진이나 높은 검진 비용이 발생하는 원인질환 분석 등은 예방의학 관점에서 볼 때 적합하지 못하다. 먼저 값싸고 간단한 방법으로 치매 위험군을 선별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위험군 선별을 위해 빠른 설문도구인 치매선별검사(MMSE)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검사 문항으로 인해 학습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반복 검사가 사실상 어렵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실제 90세의 심한 치매를 앓는 환자가 정기 검진으로 실시한 MMSE에서 작년에는 28점, 올해는 29점을 받기도 했다. 환자 상태로 보았을 때 MMSE 점수는 24점 이하로 예상된 경우였다. 한의원이나 일반 의원에서 꾸준하게 치료를 받는 경우에 치료 호전도를 정량화하는 간단한 평가도구가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필자가 속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의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뇌파 측정을 활용한 치매 선별도구에 주목했다. 뇌파는 비침습적이고 학습효과가 없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정확한 측정을 위해 번거롭고 긴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또 까다로운 측정 환경, 분석 기술 복잡함 등으로 뇌파를 활용한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평가 기술을 임상현장에 적용하는 건 시기상조로 인식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밴드형태 전전두엽 뇌파측정 기기를 활용,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치매 위험군을 선별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약 500명 고령자를 대상으로 휴지기 전전두엽 뇌파를 5분간 측정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뇌파 측정으로 얻어진 결과와 MMSE가 높은 상관성을 나타냄을 확인했다. 인지기능과 연관성이 알려진 휴지기 뇌파 바이오마커로 MMSE 점수를 예측하는 모형도 개발했다. 큰 준비과정 없이도 학습효과가 없는 저비용 뇌파 측정기술만으로 임상에서 치매 위험군 선별 가능성을 보인 최초의 보고다.

많은 노인이 치매를 두려워해도 치매 예방을 위한 체계적 노력을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뇌 건강 상태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정밀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 쉽고 빠르고 저렴하며 학습효과도 없는 뇌파 측정도구로 치매 위험도를 정량화하는 것은 위험도가 높은 사람만 선별해 정밀검진 받을 수 있게 한다. 국가 재정도 아끼면서 실질적인 치매 예방도 가능한 대안이다. 나아가 한의원이나 보건소에서는 약물 치료나 비약물적인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할 때 인지 재활·저하억제 효과를 간단히 평가할 수 있어 프로그램 질적 개선도 유도할 수 있다. 건강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죽는 것이 나이 들어서 제일 큰 복일 것이다.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그날을 꿈꾼다.

김재욱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 jaeukkim@kio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