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싱킹을 이해함에 있어 필자는 '인간에 대한 본질적 공감'에서부터 시작해 '산업적 지속가능성' '기술적 실현가능성'과 연계하여 주로 산업 및 공공 관점에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최근 디자인 싱킹은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등 어린 학생의 창의성과 문제해결을 위한 교육적 방향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2017년 이후 필자는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의 다양한 선생님과 함께 디자인 싱킹 활동을 추진해왔다. 그 중 필자의 머릿속에 인상 깊게 자리 잡았던 두 분이 있다. 경기도 용인시 소현초 이재민 선생님과 화성시 반월고 유현경 선생님이다. 각자 분야에서 디자인 싱킹으로 다양한 교육적 가치를 경험하고 만들어 가고 있는 두 분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디자인 싱킹의 교육적 역할과 방향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옛날 말로 '국민학생(현재 초등학생)'이었던 우리 어른이 오늘을 마주하기까지의 시간과 현재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현재 우리의 나이대가 될 때까지, 숫자로서의 시간은 똑같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변화의 속도는 과연 같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속도의 차이는 어마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까? 변화의 홍수 속에 살아갈 아이들에겐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오늘'의 교육이 아니라 오늘보다 달라질 '내일'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교육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힘을 디자인 싱킹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디자인 싱킹으로 학생들이 현재의 익숙함에 적응하기 보다 익숙함 속에서 불편함은 없는지, 불편함이 있다면 무엇을 변화시켜야 할지,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를 꾸준히 연습해보는 교육이 필요하다. 비록 지금은 교실과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디자인 싱킹을 연습해보지만 결국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의 머리와 마음, 그 어딘가에 변화를 주도하는 힘이 자리매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온 나라가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떠들썩거린다. 시험을 앞둔 고3 교실에서는 수능시험을 치루기 이틀 전만 되면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책을 버리는 시간을 갖는다. 고등학교 시절 당연한 일로 여겼던 행동을 교사가 된 후 다시 목격했다. 그 광경은 마음 한 구석을 굉장히 아프게 했다. 살면서 마주하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배운 지식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지혜를 어떻게 하면 학교 교육을 통해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답을 아는 것과 해답을 찾는 것, 둘 중 무엇이 중요한지를 묻는다면 대부분 후자라고 말할 것이다.
디자인 싱킹이란 공감을 바탕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다양한 대안을 생각하며 최적 해결책을 찾아가는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그러나 지식 위주의 학교 수업에서는 공감에 대한 경험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 따라서 생활 속의 소소한 불편함부터 환경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천, 생명 존중, 사회의 갈등 문제 등 디자인 싱킹을 통해 자신의 관심분야에 따라 학생들의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보고 있자면 교사로서 단순히 지식 전달 수업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감동을 받는다.
작은 성취가 모여 삶 속에 큰 변화가 만들어 진다. 이처럼 디자인 싱킹은 끊임없이 만나는 정의되지 않은 불편함 속에서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통찰력, 이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해결하는 혁신에 대한 경험,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작은 성취를 통한 뿌듯함을 아이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
결국 오늘을 행복하게 살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하는 과정, 바로 이것이 교육을 통해 디자인 싱킹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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