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91>혁신 소동자

부동의 동자(Unmoved Mover). 처음 주창한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의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고 봤다. 만일 어떤 것이 움직이면 그것을 움직이게 한 뭔가가 있다는 착안이다. 이렇게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숫자는 줄고, 궁극엔 하나만 남는다. 이것은 우주 운동의 근본 원인이 된다. 즉 부동의 동자란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되 자기 자신은 변하지 않는 원천이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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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란 기업경영과 동의어다. 변화에 뒤처지면 도태는 시간 문제다. 그러니 궁극의 질문은 자명하다. “시장은 어디를 향해 변하고 있는가.” 백인백색의 답이 있을 법하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리처드 다베니 교수에게는 몇 가지 제안이 있다.

첫째는 대량 맞춤화다. 개별 고객의 취향과 바람에 맞춤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당연히 고객 만족도는 올라간다.

물론 문제도 있다. 종류를 늘일 때마다 온갖 비용은 증가한다. 그래서 대량생산과는 정반대지만 성공 공식은 비슷하다. 다양한 취향을 맞추되 가격은 낮추는 게 관건이다.

둘째는 대량 다양화다. 대량 맞춤화와는 비슷한 듯 다르다. 여기서도 소비자 취향은 우선이다. 단지 모든 취향에 맞춰 일일이 만들어 두지는 못한다.

액세서리 가게를 생각해 보자. 카탈로그에 제품이 수천개 있지만 매장에 모두 진열된 건 아니다. 주문이 오면 그때 제작한다. 수제품의 장점을 공장에서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셋째는 대량 세분화다. 고객을 여러 층으로 나누는 건 같다. 단지 경쟁기업보다 더 상세하게 구분한다. 제품을 수요층별로 미리 맞춤식으로 만든다. 계절 수요나 유행이 바뀔 때도 이 방식이 좋다. 물론 세그먼트별로 제품은 충분히 차별화돼야 한다.

실상 다베니 교수가 제안한 이런 트렌드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다. 대량 맞춤화, 대량 다양화, 대량 세분화 모두 기존 제조 기술로는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운동화를 예로 들어 보자. 발목 뒤틀림을 방지하는 그물 구조 기능은 좋지만 몇 개만 만들어선 수지가 안 맞는다. 그렇다고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기술이라면 예전 같으면 몇 천개는 만들어야 수지가 남을 것을 이제는 몇 개만 만들 수 있다.

성공 사례는 제너럴일렉트릭(GE)부터 허시 초콜릿까지 다양하다. GE는 2015년 인도 푸네에 공장을 하나 연다. 이곳에 색다른 점은 '유연생산'이다. 이곳에선 고객보다 잠재고객에 초점이 있다. 당장 제트 엔진 부품을 만들지만 수요가 줄면 다른 것을 만드는 게 이 공장의 핵심 동태 역량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부동의 동자'는 프라임 무버라고도 불린다. 가장 근본이 되는 원인이란 뜻이다. 그러니 우리말로는 '본디 소(素)'를 써서 소동자(素動者)로 부를 법하다.

혁신에도 소동자가 있다. 뭔가 해결하려는 궁극의 것을 말한다. 실상 다베니 교수의 제안이 흥미로운 점은 예를 든 3D프린팅 기술이 아니다.

그 대신 적층 제조란 방식을 생각하면 그 전까지 생각할 수 없던 다양한 수요라고 하는 원인이 보인다고 말하는 점이다.

기술도 좋지만 가치의 근본을 찾는다. 혁신 기술에서 찾는 경영 착안이란 결국 이런 '소동자' 찾기인 셈이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