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EUV) 공정은 초미세 반도체 제조를 위해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 양산 초기 단계여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저온, 극저압 공법 등 다양한 공정 솔루션을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서울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박종철 삼성전자 마스터는 EUV 공정 시대에 진입하면서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크게 두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우선 회로 밑바닥에 생기는 '마이크로 브릿지'가 골칫덩이다. 또 회로 폭이 상당히 좁아져 기존 공정으로 회로를 깎아내기 위한 물질을 깊숙이 집어넣기 어려운 문제점도 발생한다.
EUV 공정은 EUV 광원(13.5㎚)으로 동그란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을 반복적으로 찍어내는 노광 작업을 뜻한다. 기존에 썼던 불화아르곤(ArF:193㎚) 광원보다 파장이 14분의 1가량 짧아 정교하고 미세한 회로를 그려낼 수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초미세 반도체 제조 기술로 EUV 공정을 점찍고 기술 선점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기존 공정보다 훨씬 짧아진 빛의 파장은 새로운 종류의 결함을 야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회로 가장 아랫단에 생긴 마이크로 브릿지다.
노광 공정을 하려면 반도체 웨이퍼 위에 EUV 포토레지스트를 바른다. 포토레지스트는 회로 모양을 가진 빛과 반응하는 물질이다. 문제는 EUV 광원 파장이 짧아지면서 그 에너지도 10배 이상 커진다는 것이다. 파장과 에너지는 반비례 관계여서 초단파 광원일수록 웨이퍼 표면을 더욱 강하게 때린다. 에너지가 커진 광원은 EUV 포토레지스트에 포함된 반응 물질의 원자핵을 튀어나오게 하거나 전혀 새로운 원자 결합을 유도한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이물질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선폭까지 얇아져 깎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들을 서로 연결하는 결함을 낳는다. 이를 마이크로 브릿지라고 부른다.
박종철 마스터는 “마이크로 브릿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광 시간을 늘리면 되지만 그러면 대당 2000억원 정도인 EUV 노광기 생산성이 저하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공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폴리머 물질로 회로 상부를 보호하면서 반복적으로 브릿지를 깎아내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박 마스터는 “다음 세대 공정에서 이를 적용하는 것은 힘들 수 있어 새로운 식각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UV 공정의 또 다른 문제는 선폭이 상당히 좁아져 식각에 필요한 물질을 회로 깊숙이 집어넣을 수 없다는 것이다. 회로를 깎아내는 식각(에칭)을 할 때는 회로를 깊숙이 깎아내기 위해 폴리머라는 물질을 표면에 씌운다. 울퉁불퉁하게 깎아내지 않기 위해 입구에 방어막을 씌우는 셈이다.
문제는 EUV로 만든 회로가 이미 얇은데다 기존에 활용했던 폴리머가 입구를 더욱 좁게 만들어 '병목현상'을 만든다는 점이다. 식각 물질과 이온을 회로 깊숙이 투입해야 하는데 좁아진 입구 때문에 시간과 비용 모두 늘어나게 된 셈이다.
박 마스터는 “식각 공정 시간은 길어지고 식각 물질을 바닥까지 보내기 위한 파워가 필요해 상부를 더 보호해야 하는 등의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삼성 경영진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마스터는 해결책으로 '극저온' 식각을 제시했다. 웨이퍼가 들어가는 챔버 속 온도를 낮춰 폴리머 없이도 식각에 필요한 기체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상온에서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물질이 영하의 극저온에서는 천천히 움직이는 원리를 이용했다.
박 마스터는 “효율적인 식각 물질 생성을 위한 '극저압' 방식, 챔버 내 기체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만들어 병목 현상을 방지하는 '하이 펌핑(High Pumping)' 에치 기술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에서도 이러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양산화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학계에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런 연구가 늘어난다면 산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