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동 할아버지(72)가 웃고 있다.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보다. 그 옆에 있는 승훈씨(27)도 웃고 있다. 손자인 하윤이(5)까지 웃는다. 어떤 영상 속 장면이다.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 웃는다. 행복은 과거, 현재, 미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지성과 기술을 축적해 온 인류 역사가 있기에 우리가 현재의 행복을 누릴 수 있고,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가 있기에 미래 주역인 아이들이 행복을 꿈꿀 수 있다.
인류 행복에 기여한 과거의 두 인물로 국내에서는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 해외에서는 노벨상을 창시한 알프레드 노벨을 꼽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학기술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현재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행복에도 눈을 돌려보자. 식사 후 맛있는 라테커피 한잔, 여기에도 화학이 들어 있다. 스마트폰, 가방, 자동차, 건물 등도 화학으로 이뤄져 있다. 화학 반응으로 태극기도 그릴 수 있다. 화학은 '우리의 좋은 친구,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신기한 친구'다.
미래는 어떠할까. '난치병과 싸우는 화학' 덕분에 더 건강하고 행복한 내일을 꿈꿀 수 있다. 또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화학 기술로 북극곰 멸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 행복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화학인 것이다.
이것들은 모두 '화학창의콘텐츠 공모전' 수상작 내용이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화학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영상과 이미지 콘텐츠를 만드는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 결과 학생부와 일반부에서 랩, CM송, 영상, 카드뉴스, 포스터, 웹툰, 사진 등 총 288개 작품이 접수됐다. 여타 공모전과 비교했을 때 일반 대중의 관심과 호응이 뜨거웠다.
'화학'이란 단어는 보통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화학무기, 화학적 거세, 유해 화학물질 등 화학이 들어간 단어는 무시무시한 느낌을 준다. 생활제품 광고를 봐도 '화학물질 무첨가' 문구가 마케팅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 그에 반해 천연은 좋은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와 사실이 꼭 일치할까? 이러한 물음에 공모전 참가자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답을 내놓았다.
공모전 수상작 총 38점은 이달 6일부터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학연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차례로 공개됐다. 또 지난 19일 서울 페럼타워홀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의 랩, CM송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풍성하게 제공됐다.
이번 공모전은 화학연이 진행하는 화학대중화 사업 일환으로 개최됐다. 화학대중화 사업은 일반 대중의 화학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인 '케모포비아'를 해소하고 화학의 역할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사업이다. 대한화학회와 함께 원소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별 영상을 만들어 네이버TV에 업로드하고 있으며, 잼라이브 앱 퀴즈 이벤트, 주기율표 특별 전시 개최, 과학 유튜버 협업 콘텐츠 제작 등을 진행해 왔다. 앞으로도 일반 대중이 화학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바르게 쓸 수 있도록 돕는 양질의 콘텐츠와 경험으로 소통할 예정이다.
다시 김상동 할아버지와 승훈씨, 하윤이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들은 공모전 일반부 대상 수상작 '당신의 ㅎㅎ' 속의 주인공이다. 'ㅎㅎ'는 메신저에서 많이 쓰는 웃음 의성어다. 영상 말미에 ㅎㅎ 자음은 '화학' 단어로 변한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마다 화학이 있는 것이다.
뇌는 얼굴 근육과 진짜 감정의 인과관계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웃어서 행복한 건지 행복해서 웃는 건지 모르는 것이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요즘이라면 우리 곁에 있는 화학을 한번 둘러보자. 반가운 친구의 마음이 담긴 스마트폰 속에,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주는 레포츠 속에, 아픔을 낫게 도와주는 의약품 속에 화학이 오롯이 숨어 있다. 우리 곁에 있는 화학을 발견했으면 한번 크게 웃어 보자. 행복해질 것이다. 화학과 함께, ㅎㅎ.
양경욱 한국화학연구원 대외협력실장 kwyang@kr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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