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 업체 퀄컴이 칩 생산을 맡기는 파운드리를 이원화한다. 내년에 나올 신규 프리미엄 칩 대부분은 TSMC에 맡기지만 삼성전자에도 보급형 제품 중심으로 수탁을 확대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7나노 제품 양산에 성공했지만 파운드리업계 1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제품군 수주에 더욱 고삐를 죄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키스 크레신 퀄컴 수석 부사장은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테크 서밋 2019'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퀄컴이 내년에 선보일 다수의 프리미엄 칩셋은 TSMC에서 생산된다”고 밝혔다.
TSMC는 퀄컴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AP '스냅드래곤865'를 비롯해 신규 사업에 속하는 프리미엄 노트북 PC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c',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에 쓰이는 신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XR2'도 스냅드래곤865 기반으로 생산한다. 이들 모두 초미세공정인 7나노 공정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 중심으로 퀄컴의 파운드리 수탁을 점진 확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수탁하게 될 내년 신제품은 비교적 보급형 제품에 속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스냅드래곤765', 보급형 노트북 PC 프로세서에 속하는 '스냅드래곤 7c'가 그것이다. 스냅드래곤765는 삼성의 7나노 공정을 사용한다.
퀄컴은 프리미엄 칩 제품은 TSMC, 보급형 제품군은 삼성전자에 각각 칩 생산을 맡기는 '투트랙' 전략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퀄컴의 파운드리 전략은 업계 정상을 다투는 TSMC와 삼성전자 입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잣대다. 퀄컴은 한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의 40%를 차지했을 정도로 업계 최대 고객사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몇 년 동안 퀄컴 방침에 따라 양사 매출 구조가 좌우됐다. 삼성은 지난 7나노 공정 구현이 TSMC보다 한발 늦으면서 스냅드래곤 최상위 제품 수주량이 크게 꺾였다. TSMC가 삼성을 여유롭게 따돌리고 최근 5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삼성이 7나노 제품 첫 양산에는 성공했지만 대형 고객사에 공정 신뢰도를 전달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은 올해 첫 퀄컴 7나노 제품 양산과 내년 상반기 EUV 전용 라인 가동 계획 등에 힘입어 TSMC 뒤를 바짝 뒤쫓는다는 방침이다.
퀄컴 고위 경영진이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대해 큰 만족감을 드러내는 등 상황이 변화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삼성전자 7나노 공정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면서 “14나노 및 10나노 공정 파트너사이기도 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며 향후 퀄컴의 프리미엄 칩 수주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하와이(미국)=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