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중장기 방송정책방향'을 수립한다. 매체 간 수평규제 도입을 포함해 미디어 시장 전반 규제를 혁명적으로 개편할 로드맵이다.
유료방송 인수합병(M&A)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 등 시장 변화에 맞춰 미디어정책 패러다임의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12월 정보통신 미래모임에 참석해 '방송통신 미디어의 미래와 정책방향'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미디어정책 패러다임 변화 예고
한 위원장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됐다”며 “독일의 경우 지상파, 유료방송, 인터넷 등 전송수단에 국한하지 않고 가입자 수와 국민에게 영향이 어떤 지를 평가해 규제여부를 결정하는 수평규제를 채택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수평적 규제를 포함해 미디어 전반 규제를 혁명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미디어규제 개편과 관련한 연구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중장기 방송정책방향을 확정할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공론화위원회처럼 국민 의견을 모을 대통합 논의기구를 구상하고 있다”며 “논의 과정을 거쳐 산업 전반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정책적으로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며 재차 강조했다.
방통위의 중장기 미디어정책 개편은 M&A와 OTT 등 미디어 시장 변화에 발맞춰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한 위원장은 펭수를 사례로, 펭수가 TV에서는 0.5% 시청률에 2억원 광고수익을 올린 반면에 유튜브에서는 60억원 광고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미디어 영향력이 역전됐다고 분석했다. 현행 규제체계로는 이 같은 미디어 영향력 변화를 반영해 적합한 규제를 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방송통신시장 공정성 제고
한 위원장은 “2019년 우리 사회를 돌아 볼때 가장 뜨거운 화두는 '공정'이었다”며 “방송통신시장에서도 급격한 변화로 인해 공정의 문제가 대두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통신 시장 불공정 문제와 관련,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위원장은 “최근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제정을 발표한 이후 통신사는 적극 찬성하며 실효성 확보를 요구하는데 반해, 네이버 등 CP 진영은 모두 반대했다”며 “국내 CP가 자신들만 (망이용대가를) 내고 해외사업자는 적용하지 못해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대해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든 해외 CP에도 역차별이 없는 평등한 규제가 이뤄지고 망 이용대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사적 계약이라 조심스런 측면이 있지만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시장에서는 M&A 이후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방송통신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간 M&A가 발생하고 사업자 규모가 커지니 시장 지배력 규모도 커지게 된다”며 “사업자의 커진 지배력과 CP의 관계, 소비자와 관계에서 공정성을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가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관련 정책 수립 의지를 시사했다.
공정성 확립은 방통위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유료방송 사후규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핵심 정책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정보사회 이용자보호 강화
한 위원장은 인공지능(AI) 활성화 등 지능정보사회 고도화에 따라 새로운 정책방향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한 위원장은 “지능정보사회에는 이용자 권익침해가 복잡하고 다양해질 수 있어 이를 제어하고 규제할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올해 지능정보사회에 대응한 이용자보호 종합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내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보호 정책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지능정보 서비스 보급에 따른 새로운 이용자 보호 정책방향을 연구하며 AI 윤리규범을 확립하는 등 새로운 정책 구심점 역할이 기대된다.
한 위원장은 9월 취임 이후 100일을 맞이했다. 홈쇼핑 콜센터를 방문해 직원의 고충을 들은 일과, 통신사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중소CP 망 이용대가 인하를 이끌어낸 일을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 성과로 손꼽았다.
한 위원장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찾아 없애고, 과기정통부·문화체육관광부 등 타 부처와도 협업해 방송콘텐츠 분야 진흥을 함께 만들어갈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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