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 삼성, '무노조 경영' 원칙 바뀌나...준법 경영 '숙제'도 관건

사과한 삼성, '무노조 경영' 원칙 바뀌나...준법 경영 '숙제'도 관건

삼성이 18일 '노조 와해'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과 관련해 삼성의 기존 노사문화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전날 법정구속 되는 등 26명에게 유죄가 인정된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재판 1심 판결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났지만, 관련 임직원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이런 입장문을 낸 함의가 가볍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삼성의 이날 발표 가운데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법리 문제를 떠나 사회적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부합하는 노사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전향적인 취지로도 읽힌다.

삼성은 지금까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왔다. 결국 노조 와해 혐의로 임직원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삼성은 “비노조 정책은 임직원 권익과 복리 증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보장의 취지”라며 직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삼성은 201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됐던 '노조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이라는 비노조 정책 표현을 '근로자 대표를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내용으로 바꿨다.

현재 노조가 설립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증권, 에버랜드, 에스원 등이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달 16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에는 3개의 소규모 노조가 있었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선 것은 지난달 설립한 노조가 처음이다.

한편,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부로부터 요구받은 '준법 경영' 숙제 부담도 커졌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0월 25일 열린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 과감한 혁신 △ 내부 준법감시제도 △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했다.

이 부회장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판에 이어 노조 와해 재판까지 이어지는 현재 대내외에 '확실한 일신'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련의 사태를 추스르기 위해 삼성이 포괄적인 메시지를 숙제에 담아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