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 개선 방안은 트래픽기반 인터넷 상호접속료 정산이라는 제도 기반을 유지한 채, 실질적으로는 제도 시행 이전 수준에 가깝게 접속료 규모를 대폭 낮춘 게 핵심이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에 반발했던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목표했던 접속료 인하라는 실리를 얻고, 과기정통부는 제도 유지라는 명분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를 둘러싼 통신사(ISP)와 CP 간 갈등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개선 방안 시행 이후 데이터를 축적, 보다 효과적 방안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유연하게 개선해 야 한다.
◇제도 개선 배경
옛 미래창조과학부가 2016년 인터넷망 상호접속제도를 시행한 이후 CP 진영과 통신사 간 갈등이 증폭됐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는 기존 무정산이던 1계위사업자(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상호간 접속료를 정산하도록 의무화하고 요율도 회선연동용량별(Gbps) 체계에서 데이터트래픽(TB) 기반으로 바꾼 게 골자다.
데이터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명확한 기준에 따른 공정한 접속 룰을 마련, 네트워크 투자 기반을 조성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의도였다.
제도 시행 이후 인터넷 상호접속료 시장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증가해 망 증설 등 통신사 투자 여력 확대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네이버·카카오·구글·페이스북 등 CP 진영은 통신사간에 지불하는 인터넷 상호접속료가 망 이용대가(전용회선료)로 전가돼 비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반발했다. CP 진영은 망비용 상승이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앞세워 국정감사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에 통신사는 공정하지 못하고 비효율적 방식으로 통신망을 '헐값'에 제공하는 이전체계로 회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하며 맞섰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중재에 나서 1년간 양측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도출했다.
◇데이터트래픽 비율 1대 1.8까지 무정산
이 같은 배경에서 탄생한 과기정통부 인터넷 상호접속제도 개선 방안은 기존 제도 형식을 유지한 채 접속료 규모를 대폭 낮추도록 한 사실상의 절충안으로 평가된다.
인터넷망 상호접속료는 '데이터트래픽×접속요율'이라는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개선(안)은 1계위 사업자 간 데이터트래픽을 1대 1.8 비율까지는 정산하지 않도록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한다. 통신사 간에 주고받는 데이터 트래픽 격차가 발생하더라도 최대 1.8배 격차까지는 상호 간에 접속료를 지불하지 않도록 해 데이터 트래픽 총량을 줄이는 의미다.
통신사간 기존에 주고받던 접속료 총액이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통신사간에 접속비율이 1대 1.5를 넘은 적이 없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사실상 무정산 체계로 돌려놓은 셈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상호접속제도 폐지 또는 전면 무정산을 주장하는 CP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향후 데이터 트래픽 추이 변화를 감안해 정산구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놨다.
구글과 같은 초대형 데이터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 회선계약을 맺고 진입할 경우에는 트래픽을 초과 유발하는 만큼 접속료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그만큼 통신사의 접속료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초대형 CP에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압박할 수 있도록 한 구조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접속요율 최대30% 인하로 중소통신사 맞춤형 지원
무정산 구간 확대가 접속료시장 전체를 줄이는 조치라면 접속요율 인하는 중소통신사 부담 경감 효과를 겨냥한 조치다.
과기정통부는 새해부터 중계접속요율 상한을 최대 30%까지 인하할 계획이다. 중계접속은 세종텔레콤, CJ헬로와 같은 2·3계위 통신사가 자체 유치한 CP 데이터를 대형통신사 망에 연결할 때 지불하는 접속료로 1계위 통신사와 상호정산 대신 일방 지불하는 구조다. 과기정통부가 정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사업자가 자율로 정한다.
2019년 기준 동일계위 간 중계접속유율은 1TB당 3만1596원이고 차등계위 간 중계접속요율은 3만3671원이다. 그동안 연간 7~13%대로 인하율이 낮았던 중계접속요율을 유형에 따라 최대 30%까지 집중 인하해 중소기업 부담을 경감한다.
중소통신사가 저렴해진 접속비용을 바탕으로 CP를 유치할 수 있게 되면서 CP시장 전반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노렸다. CP 입장에서도 1계위 대형통신사 회선 직접이용 또는 중계사업자를 통해 다양한 접속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활성화가 기대된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 개선 방안은 전반적으로 통신사의 상호접속료 증가로 인한 망 이용 부담을 줄여달라는 CP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통신사로서는 일정부분 기존 접속료 수익감소가 불가피해졌지만 논의 과정에서 상호접속료와 망 이용대가 상승 간에 명확한 인과 관계는 밝혀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를 둘러싼 통신사(ISP)와 CP 간 갈등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우선 제도를 운영하되 운영과정에서 정교한 데이터를 축적해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방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CP를 국내 망 투자 비용 분담 생태계에 편입,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내도록 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선 제도를 시행한 이후에 시장 상황과 축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정산 비율과 접속요율 등을 조정하겠다”며 “인터넷시장 공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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