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벌어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패소가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소송 당사자인 이란 다야니가(家)에 730억원을 배상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20일 '다야니가 대 대한민국 사건의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국제중재판정부의 중재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판정부는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 대해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 소유주 다야니 가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한 ISD 판결에서 이란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다야니가는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인 캠코와 우리은행 등이 부당한 사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며 중재를 요청했다. 국제중재판정부는 한국 채권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야니가에 계약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야니 가문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싱가포르 특수목적회사(SPC)는 2010년 11월 우리나라 채권단 측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총매매대금(5778억원) 중 계약금 578억원을 지급했다. 다만 채권단은 같은 해 12월 투자확약서(LOC) 불충분을 원인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총필요자금 대비 1545억원이 부족한 LOC를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다야니 측은 2015년 9월 국제중재판정부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 935억원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ISD를 제기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다야니가의 중재 신청이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에 대한 것이라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ISD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영국 법원 판단은 달랐다.
금융위는 “영국 고등법원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와 투자자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했다”며 “다야니가를 대한민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봤다”고 패소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1차적으로 캠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자금을 조달해 다야니 가문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과 다야니 측이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이 현재 우리나라 정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인 다른 ISD 소송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 사안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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