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광업·제조업 독과점 정도는 소폭 완화됐지만 생산비중이 높은 반도체, 승용차 업종은 독과점 구조가 5년 동안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 경쟁자 진입이 어려운 해당 업종에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가 우려돼 감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29일 '우리나라 광업 및 제조업 분야에 대한 시장구조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광업·제조업의 480개 각 산업별 CR3(산업집중도·상위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한 값) 평균은 41.8%으로, 2016년 대비 0.3%포인트(P) 하락해 독과점 정도가 소폭 낮아졌다.
시장집중 정도를 나타내는 HHI(1200미만인 경우 저집중 시장, 1200∼2500인 경우 중집중 시장, 2500을 초과하는 경우 고집중 시장으로 분류)는 1288이었다.
반면 출하액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중평균 기준으로 CR3는 50.6%, HHI는 1750으로 단순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도체·정유 등 출하액이 크고 시장집중도가 높은 업종을 고려할 경우 독과점 정도가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전년대비 반도체(57조2000억→91조8000억), 정유(70조7000억원→90조1000억원) 등 업종은 출하액이 증가했다.
아울러 반도체·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다수 포함된 60개 대규모기업집단(2018년 4월 기준)의 소속회사 출하액 비중은 1.2%P 상승했고 출하액 상위 100대 기업이 차지하는 일반 집중도도 1.0%P 증가했다.
한편 480개 산업중 5년 간 CR3가 75이상인 '독과점구조 유지산업(2012~17년)'은 총 46개이다. 이는 2015년(58개)에 비해선 12개 감소한 수치다.
독과점구조 유지산업 중 CR3가 100%인 경우가 15.2%(7개)나 됐다. 90%이상 100% 미만인 경우가 47.8%(22개), 90%미만인 경우가 37.0%(17개)이었다.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의 평균 출하액은 3238억원으로, 전체 평균(608억원)보다 5.3배나 컸다.
아울러 위에서 언급한 반도체·정유 등 산업은 5년 동안 75 이상 높은 CR3를 유지한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이었다. 특히 반도체(99.2%), 휴대폰(88.5%), 승용차(88.5%), LCD(86.0%), 정유(70.8%) 등 순으로 CR3가 높았다.
이 가운데 공정위는 30조원 이상 대규모 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승용차' 등을 대상으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감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는 CR3가 99.2%로 전체 평균(41.8%)을 2배 이상 뛰어넘는다. HHI도 6033으로 전체 평균(1288)의 약 5배에 근접했다.
아울러 소수 대규모기업집단 소속기업이 반도체·승용차 등 해당 산업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 독과점율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규모기업집단 소속기업이 상위 3개 사에 1개 이상 포함된 산업의 CR3는 48.7%인 반면, 상위 3개 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해당산업에 참여하지 않은 산업의 CR3는 각각 29.3%, 41.1%이었다.
따라서 공정위는 “반도체·자동차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의 경우 소수의 기업이 시장지배력지위 남용하는 것을 감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개발한 기술로 독과점 누릴 수 있고, 담합을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