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AI노믹스 산업지도] 통신품질 극대화하는 지능형 통신망이 온다

AI 기반 지능형 통신망의 토대는 SDN과 NFV 등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SDI)다. SDN 개념도.
AI 기반 지능형 통신망의 토대는 SDN과 NFV 등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SDI)다. SDN 개념도.

통신망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 '지능형 통신망'이 된다. 지능형 통신망은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처해 최적의 네트워크 상태를 유지한다. 이상 징후를 포착, 미래 장애 사전 예방도 가능하다.

사람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망 관리 효율성은 극대화할 수 있다. 이용자는 사람이 관리할 때보다 높은 수준의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능형 통신망은 글로벌 모든 통신사가 지향하는 목표다. 아직 AI를 통신망 전체에 전면 적용한 사례는 없지만 초기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1단계는 SDN과 NFV

지능형 통신망 전환을 위한 첫 단계는 물리적 네트워크 인프라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등 소프트웨어정의인프라(SDI) 환경 도입이다.

SDN은 네트워크 장비의 신호(데이터 전송)와 제어 부분을 분리, 제어 부분을 중앙으로 통합해 관리 편의성과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기존 스위치나 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는 특정 제조사가 설계한 대로 장비를 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SDN을 적용하면 이용자가 필요에 따라 제어 소프트웨어(SW)를 수정하고 망을 구성할 수 있다.

장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장비를 일일이 점검하는 게 아니라 중앙에서 한 번에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경로 설정 역시 중앙에서 처리한다.

통신망 주도권이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넘어간다. 이 모든 게 SW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정의'라는 명칭이 붙었다.

NFV는 SW로 네트워크 장비 기능을 가상화해 구현하는 기술이다. 범용 서버 등 베이메탈(화이트박스) 장비에 라우터, 스위치 등 네트워크 장비 기능을 구현하면 고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유선뿐만 아니다. 범용 서버에 기지국 기능을 구현, 안테나만 설치해서 기지국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NFV 역시 전통적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 종속에서 탈피, 이용자가 통신망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통신망 스스로 최적 환경 유지

SDN과 NFV를 비롯해 SDI 환경의 특징인 유연성과 개방성은 AI 접목을 위한 필수 요소다. 레거시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AI를 접목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연한 통신망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네트워크 한 지점(장비)에 문제가 발생, 트래픽을 우회시키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경우 레거시 환경에서는 관리자가 현장에서 어떤 장비가 문제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이후 해당 장비에 대해서 트래픽을 우회시키고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이는 문제점 발견과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자동화, 지능화된 처리와도 거리가 멀다. SDI 환경에서라면 중앙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을 쉽게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AI를 접목한다면 사람 개입 없이도 문제점을 자동으로 처리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

SDI 환경을 구축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AI를 통한 자동 원인 파악 단계다. 사람(관리자)의 개입이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특정 조건과 어긋날 경우 통신망이 문제점을 찾아 알려주는 방식이다.

AI 시스템이 네트워크 트래픽 집중이나 기지국 통신품질 저하 시 문제를 인지하고 원인을 분석, 관리자에게 통보한다. 관리자는 경로 우회나 안테나 방향 조절 등으로 품질 저하를 막는다.

최종 단계는 전면 자동화다. 사람 개입 없이도 통신망이 스스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단계다. 축적된 데이터 분석과 학습을 통해 특정 조건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통신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항상 최적 상태를 유지한다. 평상시와 다른 데이터 트래픽이 연속적으로 발생할 경우 분석을 통해 미래 장애를 예측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이는 고도화된 SDN 컨트롤러와 AI가 적용될 때 가능해진다.

◇초기 단계지만 요구 많아

네트워크 환경을 SDI로 전환하고 AI를 접목하려는 시도는 국내외 장비 제조사와 통신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LTE 단계에서는 코어망보다 IP 멀티미디어 서브시스템(IMS), 사물인터넷(IoT) 통신망 등을 SDI로 전환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한발 더 나아가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이 구현되는 5G 통신망은 SDN과 NFV가 네트워크 곳곳에 적용됐다.

반면에 AI 접목은 아직 초기 단계다. SK텔레콤이 AI 기반 네트워크 관리시스템 탱고(TANGO)를, KT가 AI 기반 통신장애 분석 및 복구 솔루션 '닥터로렌(Dr. Lauren)'을 개발했다. 그러나 통신망 전반에 AI를 확대 적용하고 AI가 자동으로 장애 분석·대응하는 단계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통신장비업체 관계자는 “통신사가 통신망에 AI 적용을 시작했다고 홍보하지만 아직은 개념검증(PoC) 수준이 대부분”이라면서 “관리자가 느낄 정도 수준의 자동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스코와 주니퍼, 노키아 등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국내외 통신사를 중심으로 AI 기반 지능형 통신망 개발은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딥러닝이나 머신러닝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오픈소스로도 많이 개발됐기 때문에 개발에 걸림돌도 적은 편이다. 시장 요구도 많다.

이병한 에스넷시스템 오감지능연구소장은 “오늘날 통신 인프라는 과거처럼 단순하지 않고 가상머신(VM)을 비롯해 복잡한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면서 “이를 사람이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고 그런 솔루션도 없기 때문에 AI 기반 지능형 통신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