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혁신 선봉에 서있는 인공지능(AI)기술이 의료, 바이오 업계를 흔든다.
AI는 헬스케어산업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기술로 이미 산업현장 곳곳에 적용, 혁신을 이끈다. 주요 병·의원에서는 엑스레이 판독, 수술보조 등 의료 행위 도입이 시작됐다. 물밑에서는 AI를 도입하기 위한 병·의원 데이터 표준화 작업도 꾸준히 진행된다. 제약사는 신약개발 후보물질 발굴에 AI를 적극 도입한다. AI 전문기업이 세계서 가장먼저 상장하는 등 새로운 시장 개화까지 기대된다.
◇신약개발, AI가 후보물질 발굴
1000억원, 5000억원, 1조원 규모 수출. 국내 단일 기술 수출로는 1등을 앞 다투는 신약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오랜 시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신약이 한해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과 돈은 언제나 부족하다. 세계 1위 기업인 화이자뿐 아니라 노바티스, 존슨앤드존슨 등은 연구개발(R&D)에 10조원(약 87억달러)이 넘는 금액을 매년 투자한다. 2017년도 기준 화이자 매출대비 R&D 지출(78억4100만달러), 노바티스(79억1600만달러) 등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유한양행(7200만달러), 녹십자(9700만달러)였다.
고수익이 보장되는 신약개발은 필요하지만 높은 투자금액과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 과정은 험난하다. AI는 제약사가 가진 고민을 풀어줄 '해결사'로 각광 받는다.
CJ헬스케어는 최근 '스탠다임'과 AI를 활용한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공동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스탠다임이 자체 AI플랫폼을 활용해 항암 신약에 적용 가능한 화합물을 찾고 CJ헬스케어는 해당 화합물의 물질 합성과 평가를 진행한다.
AI기업과 제약사 만남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바이오팜은 앞선 2018년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을 개발했다. SK㈜ C&C와 협업해 물질 특허가 가능한 화합물을 설계한다.
SK㈜ C&C는 한발 더 나갔다. AI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솔루션 개발사 스탠다임에 1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AI 신약개발 기술을 이용해 신약개발 사업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전방위 기업 역량 강화를 위해서다.
JW중외제약은 AI 기반 빅데이터 플랫폼 '클로버'를 구축했다. JW중외제약 자회사 C&C신약연구소는 AI를 적용한 '클로버'를 이용해 직접 실험하지 않고 질환 특성에 맞는 신약 후보물질을 골라낸다. 이외에도 한미약품, 유한양행, 대웅제약 등 국내 30여개 제약사가 AI 직접 구축, 기업 협업 등으로 신약개발에 한창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보물질 발굴, 임상,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받는 데 평균 10~15년가량이 소요된다”면서 “AI를 이용할 경우 이들 시간과 비용 절반을 줄일 수 있는 만큼 향후 투자, 도입 등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AI, 의료현장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날까
의료 분야에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IBM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년간 발표된 종양학 논문만 4만4000편이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의료 데이터를 인간이 아닌 기계가 학습하고 요약하는 것으로 AI가 의료현장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데이터를 요약하는 조연을 넘어 진단, 치료를 넘보며 주연으로 거듭난다.
의료현장에서 AI를 적용해 사용하는 분야는 크게 세 가지다. 전자의무기록(EMR) 등으로 모인 의료데이터를 분석하고 병리영상에 적용, 진단과 치료방법을 선택 및 예측한다. 의료목적으로 신체에 부착하는 센서를 이용, 사용자 정보를 획득해 치료에 이용한다.
AI를 적용한 의료빅데이터 분석은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 EMR 등 병원에 모인 진료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별 개인 특성에 맞는 모델을 도출한다. 이전까지는 질병에 걸린 후 치료를 하는 시스템이었다면 환자 개인 특성 징후를 AI를 통해 결과를 미리 받기 때문에 미연에 질병을 예측하고 막을 수 있다.
의료영상장비에 적용된 AI는 의료현장에 가장 빨리 적용되고 있다. 엑스레이,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의료영상장비에서 생성된 영상을 이용해 사람이 아닌 AI가 진단 치료방법 선택, 예후 예측까지 내린다. 국내서 첫 AI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뷰노의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AI가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해 환자 뼈 나이를 제시하고 의사가 제시된 정보 등으로 성조숙성, 저성장을 진단하도록 돕는다. 루닛이 개발한 '루닛 인사이트'는 독자 AI 기술을 바탕으로 의사들의 빠르고 정확한 판독과 진단을 보조할 목적으로 개발했다. 의사는 이를 참고해 놓칠 수 있는 유방암, 폐 질환 등을 진단한다.
시그널 모니터링 기기는 의료목적으로 신체에 부작, 착용하는 센서를 통해 사용자 정보를 획득해 환자를 모니터링한다. 애플워치, 핏빗 등 웨어러블 기기에서 수집된 생체정보로 개인 건강 상태와 질병 위험 등을 안내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혈당 조절기에도 AI가 적용된다. 글로벌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메드트로닉 연속혈당계는 IBM 인공지능 왓슨을 결합해 환자의 급작스런 혈당 변화를 예측, 알람을 통해 위험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표1 :인공지능 관련 기술 헬스케어 분야 적용 현황>
<출처 : 프로스트 앤 설리번>
<표2 :세계 인공지능 헬스케어 시장 규모, 2016~2023년(단위 : 백만달러)
<출처 : 얼라이드마켓리서치>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