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사설]'AI강국'을 만들자

[신년 사설]'AI강국'을 만들자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천년이 엊그제 같은데 강산이 벌써 두 번 바뀌었다. 2020년은 대전환의 해로 불린다. 대한민국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다. 국운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과거 10년은 AI 토대를 닦는 기간이었다. 'AI 시대'를 선언했으며 기술 수준이 '퀀텀 점프'했다. 맥킨지는 'AI인덱스 2019 연례 보고서'에서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기술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강조했다. 연산능력이 '무어의 법칙'보다 무려 7배나 빨라졌다는 것이다. 고든 무어는 연산능력을 보여주는 컴퓨터 집적도가 2년마다 2배씩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AI 발전 속도는 2012년 이전에는 무어의 법칙과 거의 비슷했다. 지금은 3.4개월에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일취월장하는 기술덕분에 AI알고리즘 훈련에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클라우드 기반 대형 이미지 분류시스템 '이미지넷' 학습에 필요한 시간이 2년 사이에 180분의 1 수준으로 짧아졌다. 2017년에 3시간이었다면 2019년에는 90여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AI 원료로 불리는 데이터도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용도 수천달러에서 수십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미지 인식의 정확도도 높아졌다. 1400만개 이상 이미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확도가 85%에 달했다. 관련 스타트업 투자도 연평균 50%씩 증가해 2018년 기준으로 400억달러(46조원)를 넘어섰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AI를 국가 핵심의제로 채택하고 주도권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였다. 미국 행정부는 'AI이니셔티브'를 시작한다며 강력한 AI리더십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AI 관련 연구개발(R&D)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R&D정책도 수립했다. 중국은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AI 이론과 기술·응용 분야에서 일류 국가가 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중국 AI 기업 수는 이미 1000개를 넘어섰다. 사실상 'AI굴기'를 선언했다.

우리는 어떤가. 불과 4년 전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2016년 구글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가볍게 제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간 능력을 뛰어 넘는 AI의 위력은 말 그대로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때 뿐이었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이 AI이고 AI로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낙관했지만 미국과 중국만큼 속도가 붙지 않았다. 기술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우리나라를 방문에 다시 AI 투자를 강조했지만 세부 로드맵 하나 내놓지 못했다. AI법으로 불리는 '데이터 3법'은 1년 동안 국회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 여야가 합의했지만 결국 정치이슈에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러 규제에 발목이 잡혀 AI는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그나마 대통령 주도로 'AI국가전략'이 수립돼 다행이다. '정보기술(IT)강국에서 AI강국'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2030년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AI 기반 지능화 경제 효과 최대 455조원 창출, 삶의 질 세계 10위 달성을 위한 장도를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여태까지 나온 부처 계획을 짜깁기한 '백화점식' 전략이라고 폄하하지만 알파고 충격 이 후 처음 나온 국가 AI 비전이다. AI를 통해 새로운 경제 도약과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경제·사회 혁신이자 범정부 실천 방안이다.

남은 과제는 속도감 있는 실행이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한참 뒤처졌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AI 시대는 의지와 관계없이 무조건 밀려오는 '예고된' 미래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뒤졌지만 정보화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은 강한 열정과 의지였다. 명확하게 방향을 잡고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서 가능했다.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지만 IT강국이라는 전인미답의 성과를 만든 저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알파고 충격은 우리에게 행운이다. 이미 AI가 몰고 올 미래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AI 시대를 위한 대장정은 시작됐다. 앞서 갈 지, 따라 갈 지만 남아 있다. 느슨해진 신발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2020년은 한 번 뿐이다. 다시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