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수출 감소폭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개선됐다. 또 3년 연속 무역액 1조달러 달성이라는 쾌거도 이뤘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줄어들면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정부는 새해 상반기에만 수출 예산 60%를 집중 투입하는 등 '플러스 전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수출이 전년보다 5.2% 감소한 45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4월(-2.1%)에 이어 7개월 만에 한 자릿수 대에 진입한 것으로, 수입은 0.7% 줄어든 437억달러를 나타냈다.
지난해 전체 수출은 54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2018년 12월 1.7% 감소한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한해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던 2009년(-13.9%) 이후 10년 만이다. 당초 기대했던 기저효과도 녹록치 않았다.
반도체 부진이 뼈아팠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939억3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5.9% 줄었다. 정보기술(IT) 기기의 계절적 비수기 진입에 따른 D램 가격 회복 지연과 시황을 반전시킬 수요 증가 부재 등이 부정 영향을 미쳤다.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 수출도 각각 17.0%, 14.8% 감소하며 수출 부진에 한몫했다. 디스플레이는 중국 패널 생산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단가 하락이 지속되고 LCD 수출 부진이 컸다. 그나마 적지만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82.7% 상승하며 새해 유망품목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국내 수출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는 점은 청신호다. 대중(對中) 수출은 2018년 11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지난해 12월 3.3% 플러스로 전환했다. 향후에도 미·중 무역분쟁 스몰딜 영향으로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중국내 투자심리가 회복될 거란 조짐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대일(對日) 수출이 5.6% 감소했지만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불화수소 등 3개 수출규제 품목이 전체 대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낮고, 관련 산업의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감소폭은 14.6%로 더 크게 나타났다.
산업부는 새해 1분기 중 수출 마이너스 시기를 종식하고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자신했다. 전년보다 수출액이 3% 증가한 5600억달러를 기록할 거란 기대다. 대외여건 환경 개선에 따른 △미·중 무역 분쟁 스몰딜 △미국·중국·독일 제조업 지수 상승 등 세계 경기 회복·반도체 업황 개선·선박·자동차·석유 제품 등이 긍정 요인이다.
새해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무역 금융 및 마케팅 지원을 확대한다. 상반기에만 수출 지원 예산 60%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주력·신흥 시장 지출 기업에 단기 수출보험 한도 일괄 증액을 올해 1분기 추가 연장하고, 무역금융 257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글로벌 파트너링(GP) 수출상담회, 신남방·신북방 해외 전시회 등 범부처 수출 마케팅 지원액을 5112억원으로 책정, 전년대비 14.4% 늘린다. 아울러 신남방·신북방 지역 수출을 확대하고, 중소·중견기업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인 58조원 이상 지원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돼 7개월 만에 수출 감소폭이 한 자릿수로 진입했고, 점차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3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기록한 세계 9개국 중 한 곳이 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편 성 장관은 새해 첫 현장방문으로 반도체 수출관문인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을 방문, 수출물류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 근로자를 격려했다. 중국 천진으로 수출되는 반도체와 휴대폰·TV 부품 등 수출화물 통관〃선적과정을 살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