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인가했고,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도 조건부로 인가했다. 빅딜 두 건이 마무리되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통신사 중심의 3강 체제로 재편된다. 시장점유율 1위 KT(31.31%)와 LG유플러스(24.72%), SK텔레콤(24.03%)이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케이블TV와 IPTV, 위성방송은 물론 1인 미디어 시대를 주도하는 모바일 방송에도 통신 3사의 지배력이 확대된다. 통신과 방송 융합을 통한 거대 미디어 기업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통신사 중심 방송 시장 재편을 긍정 시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정부와 통신사 바람대로 글로벌 미디어 기업에 맞서 국내 미디어 산업을 지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진된다는 보장도 없다.
현재 국내 미디어 사업자 간 경쟁은 치열한 반면에 글로벌 기업의 국내 시장 진입과 영업은 너무나 손쉽게 이뤄지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에 국내 미디어 시장은 무방비 상태다. 그러나 이들을 견제할 규제도 마땅치 않고 세금을 부과할 근거도 약하다. 현행 방송법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부가통신사업자 신고만 하면 할 수 있다.
글로벌 사업자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국내 방송 사업자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OTT로 빠져나가고, 유튜브는 국내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6월에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전체 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3% 줄었다. 지상파 방송사는 영업손실이 369억원에서 187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SO(10.9%), 위성(14.8%), IPTV(2.3%), PP(33.1%), CP(72.4%), 지상파DMB(28.6%)도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국내 미디어 기업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 간 차별 및 경쟁의 불공정은 미비한 법, 제도에서 기인한다. 현행 방송법은 기술 발전과 소비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했고, 오히려 미디어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1992년 인터넷 도입 이후 미디어와 통신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제는 모바일 하나만 있으면 방송과 통신, 금융, 쇼핑 등 전방위에 걸쳐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방송법은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등 전통 미디어만 이중삼중의 규제로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법과 정책으로 말미암아 국내 미디어 기업은 공멸할 처지에 놓였다. 국내 미디어 시장이 글로벌 기업의 식민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모바일 서비스 확장으로 미디어 생태계가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법과 제도가 개선되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미디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광고시장을 둘러싼 사업자 간 이해관계만 첨예하게 얽혔다. 국회와 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방송·신문 등 미디어 사업자 눈치를 살피느라 법·제도 정비를 못해 왔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국내 미디어 시장은 지켜져야 한다. 방송 사업자는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 싸워야 한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무너지면 한류도 국가 경제도 무너진다. 기술과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 미디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한류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과단성 있는 결정과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재구 홈초이스 대표 okcho5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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