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핵융합연·재료연 독립, 해묵은 숙제 되지 않기를

새해에는 늘상 숙제가 생긴다. 지난해 미처 하지 못한 일이 해야 할 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미리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걱정이 어깨를 짓누르지만 이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지난해라면 별 문제없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해를 넘기며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일도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재료연구소 독립법인화가 그렇다.

핵융합연과 재료연의 독립 근거가 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출연연법) 일부개정안이 끝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어렵게 공감대를 형성, 한 문턱만 넘기면 본회의까지 일사천리지만 국회 파행에 발목을 잡혔다.

이대로 간다면 독립법인화 불발은 불보듯 뻔해진다. 다음 총선이 당장 오는 4월이고, 선거에 이목이 쏠리면 법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통과되지 않은 채 새로 국회가 꾸려지면 기존에 발의한 법안은 결국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다음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돼도 당장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핵융합연과 재료연의 독립은 과학계에 꼭 필요하다. 출연연 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관철시켜야 한다.

핵융합연은 미래 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를 연구하는 곳이다. 본원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뛰어넘는 예산 규모다. 특히 국제 공동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실험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부설기관이라는 점이 장애로 되고 있다. 현재 합법 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해 향후 ITER 사업 관련 지식재산권(IP) 생성과 활용, 공유 시 법률 문제를 안고 있다.

재료연은 지난해 촉발된 일본의 수출 규제 파고를 넘을 핵심 기술 기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관 독립을 통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연구개발(R&D)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당 기관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2017년 독립 관련 법안 첫 발의 후 숱한 과정을 거친 뒤였였다. 혹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핵융합연과 재료연이 하루 빨리 독립할 수 있도록 국회가 신경을 써 주기 바란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