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 소재 전문기업 솔브레인이 최고 수준인 12나인(Nine) 액체 불화수소(99.9999999999%)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국내 수요의 70~80% 물량을 담당할 수 있는 수준의 양산체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수요에 정부가 빠르게 대응해 신규 공장 인허가를 7개월가량 앞당겼다. 정부는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올해 국내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기업 기술개발에서 전주기 지원을 강화한다.
솔브레인은 2일 충남 공주시 공장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문한 자리에서 최대 12나인 액체 불화수소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액체 불화수소는 반도체 공정 중 쌓이는 불필요한 산화막을 제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12나인은 용액에 메탈 등 불순물이 1조분의 1이 남아있는 상태다. 99% 뒤에 '9'가 늘어날 때마다 가격이 20~30%가량 올라간다. 그만큼 용액 순도가 높고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그간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이 액체 불화수소 시장에서 절반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솔브레인은 주로 스텔라케미파 제품을 재가공해 국내 소자 업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자체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국내 액체 불화수소 물량 70~80%를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신공장 가동은 수출 규제 이후 솔브레인, 칩 제조사, 정부 간 보다 매끄러운 협력이 이뤄진 사례라는 평가다. 당초 신공장은 올해 5월 준공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정부가 나서 취급시설 설치검사·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등 조기 인허가 승인을 지원했다. 그 결과 약 7개월 앞당긴 10월 말 최종 가동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성 장관은 “작년 7월 일본 수출규제 이후 민관이 힘을 합쳐 일본 수출규제에 적극 대응해 왔고 솔브레인 고순도 불화수소 조기 생산능력 확충은 대표적 성과”라며 “매우 높은 난도의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불화수소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확충한 솔브레인 임직원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강병창 솔브레인 대표도 “신·증설 공장이 조기 완공하고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화학물질 관련 인허가 등 정부의 적기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올해 100대 핵심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기술개발, 실증·양산 테스트베드 구축 등 개발부터 양산까지 전주기 지원을 강화한다. 올해 소부장 예산으로 약 2조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100대 특화선도기업, 수요·공급기업간 협력모델 확산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이끌어나갈 기업군을 키워나가며 투자펀드 조성, 연구개발·시설투자에 세액공제 등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성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를 소부장 경쟁력 강화 계기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면서 “올해에도 솔브레인과 같은 소부장 기업이 든든하게 받쳐주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흔들리지 않는 산업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