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뱅크런'...1조5000억원 유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운용 규모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 전후로 1조5000억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들이 돈을 회수하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는 '펀드런'을 막고자 유동성 문제 등이 발생한 일부 펀드에 대해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지만 사실상 펀드런에 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또 투자 원금인 설정액보다 운영 결과에 따른 현재 실질 가치인 순자산이 더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5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290개의 설정액은 4조4000억원으로 같은 해 7월 말보다 1조5000억원(25.8%) 정도 줄었다.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5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월말 기준)를 찍고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그해 9월 말 5조원 선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펀드 설정액이 줄어든 것은 새로 들어온 자금은 줄어든 대신 빠져나간 자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부실자산 매각 등 각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이어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돌입하자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이 펀드를 해지하고 자금을 빼간 것으로 보인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자금 유출 현상은 다른 주요 사모펀드 전문 운용사와 비교하면 더욱 뚜렷해진다. 삼성SRA자산운용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7월 말 4조7000억원에서 그해 12월 말 5조2000억원으로 증가했고 신한대체투자운용은 같은 기간 2조6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었다.

삼일회계법인은 현재 무역금융펀드 등 1조5000억원 규모의 '사고 펀드'에 대해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실사를 진행 중인데 현재로선 순자산이 더 크게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환매가 중단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주요 투자처인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가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한 폰지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등록취소와 자산동결 제재를 받은 상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라임자산운용을 검찰에 사기 혐의로 통보했다.

삼일회계법인이 실사를 마치면 라임자산운용은 그 결과를 토대로 '집합투자자산평가위원회'를 열어 펀드 자산에 대해 최종 평가를 하게 된다.

라임자산운용의 결정 후 대규모 투자 손실이 확정된 이후에는 불완전판매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사모펀드인 줄도 모르고 투자했다며 불완전문제를 성토하고 있고 소송도 준비 중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