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공약으로 더불어민주당은 '통신요금', 자유한국당은 '전기요금'을 조준했다. 둘 다 국민들에게 의식주 다음의 제4 생활 필수재로 지목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민생에 밀접한 지출 항목을 줄여 가계 부담을 줄인다는 복안을 세웠다.
여당인 민주당과 제1야당 한국당은 21대 총선을 90여일 앞둔 15일 국회에서 나란히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총선 1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전국 무료 공공 와이파이 구축을 내걸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 5만3000여곳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시설, 문화·체육·관광시설, 보건·복지시설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 기대 효과는 사회취약층 정보 격차 해소와 가계통신비 및 20~30대 통신비 절감이다.
필요예산은 올해 480여억원, 2021년도 2600여억원, 2022년도 2700여억원으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은 이미 확보했으며, 2022년도까지 예산은 망 구축비 이외에 이미 구축된 공공 와이파이 시설 점검·교체 비용을 추가해 산정한 비용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국가재정건전성 강화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의 희망경제 공약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이보다 앞서 공수처 폐지를 1호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이날 발표한 경제 공약이 공식적인 1호라고 정정했다.
한국당은 민생경제 분야에서 전기요금에 주목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줄인다는 게 골자다. 실행 계획으로는 문재인 정부 들어와 계획이 취소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와 최근 조기 폐쇄된 월성 원전 1호기 재가동을 들었다. 이를 통해 전기요금 안정 및 원전 산업 회생, 원전 수출을 통한 국부 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한국당은 국가재정 문제를 먼저 집고 넘어갔다. 국가 채무비율과 현 정부의 재정지출이 높다고 지적하며 재정건전화법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채무준칙·수지준칙·수입준칙의 3대 재정 준칙을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통신·전력업계는 양당의 1호 공약이 미칠 여파에 주시했다. 통신비와 전기요금은 선거철만 되면 단골 공약으로 오르는 소재다. 각 당이 요금 인하를 골자로 한 선심성 공약을 앞 다퉈 내놓는 탓에 산업 기반과 시장 원칙이 흔들린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는 인위적인 요금 인하가 아닌 우회적인 방법으로 유사 효과를 내는 공약이라면 큰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이동통신사는 공공 와이파이가 5세대(5G) 통신 서비스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초고속·초저지연 성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게임과 초고화질(UHD) 영상 등 실감 서비스를 공공 와이파이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고, 활용도에 따라 이통사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공공와이파이 구축 사업 과정에서 새로운 공공(B2G)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세금을 투입한 국가 사업과 민간 통신서비스 영역이 충돌하는 부분은 있지만 민간사업자를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다”면서 “국민 통신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원자력업계는 신한울 원전 3·4호기가 건설을 앞두고 취소된 만큼 건설 재개 논의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구와 함께 원전 수출 재개에 기대감을 품는 모습이다.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21대 국회가 탈원전 문제를 공식 제기, 국민에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