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방식 압류 문서 송달로 황당한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압류 송달 사고를 보면 IT강국 한국에서 발생한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우선 압류 문서·서류의 도착 시간 차이가 문제로 지적된다. 법원 압류문서가 우편으로 송달되다 보니 A은행과 B은행간 압류집행 결정문이 시간차를 두고 도착했다. B은행은 법원 문서를 아직 수령하지 못했고 A은행이 먼저 결정문을 송달받았다. 채무자 C씨는 A은행 계좌가 압류됐다는 사실을 인지해 B은행 예금을 미리 인출했다. 이로 인해 은행은 물론 채무자와 채권자간 소송이 진행중이다.
고의출금 사고도 잇따른다. 채권자 A씨는 법원을 통해 채무자 B씨 계좌를 압류했다. 하지만 압류판결 후 압류결정문이 은행으로 2~3영업일 이후 도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사이 채무자 B씨가 예금을 출금해 채권액을 회수하지 못했다.
종이 문서 관리의 비효율성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은행권 K씨는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박스 단위로 들어오는 각종 예금압류관련 종이서류를 처리하느라 전쟁을 치룬다.
K씨는 8시까지 은행 본점으로 출근해 총무부 직원과 함께 당일 우편 접수된 종이서류를 확인한다. 서류 건수 및 접수 여부를 확인 후 압류(해제)업무를 실질적으로 처리할 업무지원센터로 해당 문서를 송달한다.
업무지원센터로 송달된 문서는 압류(해제)등록 은행원 20여명의 수작업을 거쳐 문서 재접수 및 문서 밀봉 해제 작업, 각종 문서 선별 작업을 거쳐 압류문서를 별도 분류한다. 분류된 서류는 스캔 시스템을 통해 스캔된다. 이후 담당자가 해당 자료를 전산으로 일일이 입력하고 채무자 확인 절차를 통해 압류(해제)절차가 본격적으로 수행된다.
오늘따라 압류량이 많아 11시가 넘어 겨우겨우 압류관련 업무를 마무리한다. 압류가 늦어지게 되면 민원 사유가 될 수 있어 더더욱 압류(해제)업무처리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그나마 A은행은 스캔 시스템 구비가 잘 돼 있어 타행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다. 대다수 은행은 인력 상황 및 시스템 설비가 좋지 않아 업무 중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며 A은행처럼 업무가 처리가 되기만 해도 좋겠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모 은행에서는 법원 문서가 대량으로 사라졌다. 은행별 내규에 따라 법원 압류문건은 보관 주체가 상이하다. 본점이나 지점에서 관리를 하는데 거의 방치상태다. 한 은행의 경우 수년전 접수된 내역은 갖고 있지만 실물 문서가 대량으로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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