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프랑스 르망에서는 24시간 밤낮으로 달려 자동차의 기술 한계를 테스트하는 레이싱이 개최된다. 시속 350㎞를 넘나드는 엄청난 속도로 가장 긴 거리를 달려야 한다. 이 경주가 배경인 최신 영화 '포드 v 페라리'의 핵심 신에는 이런 멋진 대사가 나온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7000RPM 지점이 있다. 자동차는 무중력 상태가 되고, 시공 속에 사라진다. 레드라인! 그곳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레드라인은 엔진이 망가지지 않고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는 한계점으로, 대시보드에 보통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다. 분당 7000회전, 시속 350㎞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속도다. 대형 항공기의 평균 이륙 속도가 시속 296㎞다.
피날레를 앞두고 우승을 목전에 둔 선수도 한계 속도를 넘는 데 주저한다. 기술상의 한계를 극복한 차만이 기어를 내리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레드라인을 넘어설 수 있다. '속도를 늦추지 말라'는 교훈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 애쓴 조종사의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도 나온다.
수많은 조종사가 음속에 도달할 때까지 속도를 높여 가지만 스피드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조종간은 충격파로 무섭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대부분 당황해서 속도를 내리곤 급박한 목소리로 관제탑을 찾았다. 1946년에 조종사 제프리 디 해빌런드도 음속 돌파에 도전했지만 결국 비행기가 산화되면서 '음속의 벽'에 의한 첫 번째 희생자가 됐다.
지난해 10월에서야 한계를 돌파했다. 그 비행사는 '충격파'가 발생했음에도 속도를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스피드를 높였다. 그 순간 충격파 벽을 뚫고 음속을 드디어 돌파했다. 일이란 두려움으로 대하거나 방어 입장에서 처리하면 아주 위험해질 수 있다. 사업은 전속력으로 부딪치는 사람에게만 아름다운 보상을 해 준다. 전속력으로 부딪치며 사는 것이 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훨씬 가능성이 짙다. 시도해 보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
며칠 전 뉴스에 삼성은 마의 3나노 공정을 성공했다고 한다. 복잡한 미세공정 표준을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0.1나노 크기의 탄소원자로 간단하게 설명하면 회로마다 겨우 원자 10여 개를 줄 세워서 회로선폭을 만들고 여기에 전기를 흘리는 기술이니 실로 엄청나지 않을 수 없다. 치열한 치킨게임 속에서도 끝없이 격차를 벌리고 있다.
수년 전 느림의 미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여유를 즐기며 일하는 사람들, 일명 '슬로비족'이다. 천천히 그러나 더 훌륭하게 일하는 사람(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의 약칭이다. 이들의 느림과 여유는 사회 부적응이나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닌 '삶의 진지한 선택'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서 휴식과 여유는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혁신과 사업에는 적용될 수 없다. 달콤한 유혹일 뿐이다. 세상에서 불필요한 단어다. 긴장을 늦추는 순간 실수를 하고, 실기를 할 수 있다. 앞선 성적으로 우세한 라운드에서도 타이거 우즈, 박인비를 보라. 그들은 결코 웃지 않는다. 마지막 퍼트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 낸 모든 성취도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함께 안간힘을 써서 밀어 올려 사실 그 자리에서 간신히 지탱하는 것만도 만만치 않다. 전진하다가 10분 휴식이라고 믿고 두 손을 내려놓는 순간 그동안의 성취는 내리막길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갈 것이다.
'중단없는 전진, 이는 근대 한국의 행동철학이었다. 전진이 없으면 퇴보밖에 있을 수 없다. 퇴보는 몰락이요, 멸망으로 들어가는 걸음이다. 전진을 시작했으면 중단이 있어선 안 된다. 머뭇거리거나 쉬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대열의 맨 앞에 서서 안간힘을 쓰며 이끌어 나갔다.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 넘었다고 새해 들어와 자칫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마침내 그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다음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라. 물러설지언정 결코 포기하기 말라.” 척 예이거의 말이다. 그는 1947년 24살의 나이에 사상 처음으로 음속을 돌파한 파일럿이다.
신상철 WFK 우즈베키키스탄 IT자문관 ssc032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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