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이 그래핀 층수와 적층순서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금속기판을 설계했다.
IBS는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UNIST 특훈교수)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고품질 단결정 다층 그래핀을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금속기판을 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반도체 특성을 가진 그래핀 합성에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그래핀은 우수한 전기전도도와 신축성을 갖춘 데다 투명하기까지 해 전자소자로서 응용가능성이 높은 소재다. 다만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성질인 '밴드갭'이 없어 전자소자 전원을 켜고 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AB 적층구조' 이중층 그래핀은 이런 단점을 극복할 소재로 주목받는다. AB 적층 그래핀은 두 가지 구조가 반복되는 구조로 특정조건에서 밴드갭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그래핀 적층 층수 및 순서를 제어하기 어렵고, 제조 면적이 수 밀리미터(㎜) 수준으로 작다.
연구진은 그래핀 층수 및 적층순서를 제어하기 위해 새로운 단결정 합금 기판을 설계했다. 탄소 용해도가 낮은 기존 구리 기판은 단층 그래핀을 성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 구리보다 높은 탄소용해도를 가진 니켈에 주목했다.
단결정 구리 포일에 니켈을 전기도금하고, 1050도 온도에서 열처리를 진행해 구리와 니켈을 모두 포함하는 단결정 합금 포일을 제조했다. 이후 니켈 함량을 증가시켜가며 합성되는 그래핀 형태를 분석했다. 니켈 함량이 10% 미만일 때는 단층 그래핀이 합성되지만, 그 이상에서는 다층 그래핀이 형성됨을 확인했다. 니켈 함량이 16.6%일 경우에는 AB 적층구조를 갖는 이중층 그래핀이 균일하게 형성됐다.
이종훈 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UNIST 교수) 연구팀은 성장된 AB 이중층 및 ABA 삼중층 그래핀 결정 구조를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분석한 결과 성장된 그래핀이 소재 전체에 걸쳐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단결정 형태임을 확인했다.
이렇게 합성한 대면적 이중층 그래핀은 약 2300와트퍼미터켈빈(W/mK)의 열전도도, 478GPa의 강성도 등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로드니 루오프 단장은 “이번 연구에서 합성한 단결정 포일은 새로운 탄소재료를 합성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기존 반도체 소자와는 달리 적외선 영역 파장을 흡수할 수 있어 새로운 형태의 나노광전자소자로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