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RE100' 모호한 기준 탓 삼성·SK 등 혼란 가중

[이슈분석] 'RE100' 모호한 기준 탓 삼성·SK 등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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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배터리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진한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정책에 방향타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 유인책 등을 모호하게 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간 거래(B2B)가 주력인 이들 업종은 해외 큰 손들로부터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해 만든 제품을 납품하라'는 압박을 지속 받고 있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현황은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전력이 지난해 말 실시한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에는 기업 23곳이 참여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주요 참여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SDI, LG화학, KCC, 신성이엔지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중소기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범사업 주요 내용은 크게 △녹색요금제 △지분참여 △자체건설 △전력구매계약(PPA) 등 네 가지다.

하지만 이들 참여 기업 대부분은 아직까지 어떤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지 계획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사진을 밝힌 곳은 LG화학과 신성이엔지가 유이하다.

LG화학은 기존 전력요금에 웃돈을 얹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녹색요금제와 자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력량만큼 실적을 인정받는 자체건설을 제시했다. 신성이엔지는 용인사업장에 자가용 태양광 설비를 279.2㎾ 설치, 공장 전력 23%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시범사업 종결시점은 애초 예상했던 2019년 말에서 해를 넘긴 올해 1분기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이) 자발적 캠페인이다 보니 참여 업체들이 아직 계획서를 최종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이르면 3월 정도는 돼야 종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점은

참여 업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계획서 제출을 미루는 것은 정부 책임이 크다. 방식별 이점을 명확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 중요한 기업 입장 입장에선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전력거래소가 2019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한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제도 연구'에 따르면 설문대상 306개 기업 가운데 45.9%가 가격을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대답했다. 선진국 수준 제도 기반 부족이라는 외부적 요인(24.8%)은 뒤를 이었다. 비싼 비용과 유인책 부재가 투자를 주저하는 주된 원인인 셈이다.

한 참여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부가 큰 얼개(참여 방식)만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주겠다'고 밝히지 않고 있어 내부 협의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의사를 표명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 등을 열고 참여를 독려했지만 정확히 (이점 제공과 관련해) 협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해결 방안은

업계는 향후 주요 산업이 중국 등 경쟁국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선 기술력뿐 아니라 기술외적인 친환경 요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이를 실현할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해서는 경쟁국처럼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경우 자가발전 시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일부 감면한다.

실제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제도 연구' 참여 기업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6%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구매 시 세제 혜택(52.6%)를 지원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시설 투자 지원(47.1%)와 재생에너지 구매 온실가스 감축 실적 인정(38.2%),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투자 실적 인정(35.0%) 등을 꼽았다. 실질 지원·제도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녹색요금제와 지분투자, 자체건설 등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를 보완해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가장 접근성이 높은 녹색요금제의 경우 기업이 웃돈을 결정할 결정권이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석환 한국에너지기후변화학회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사업 참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재생발전 경제성 확보가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세금과 부과금 혜택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