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겨울 기온은 몇 년 전 혹독한 한파의 기억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온화하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올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네?”라는 얘기를 한다. 온난화의 기운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체감하는 와중에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몇 개월째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평년이라는 데이터가 무색해질 정도로 계속 변화하는 기후는 지구와 인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세계 과학자들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이러한 기후변화 원인으로 온실가스 효과를 꼽고 있으며,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 요소 가운데 하나로 화석연료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정부 역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에 능동 대응을 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과 국민생활 편익 증진을 위해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제정, 집단 거주 지역에서 지역 냉난방 사업과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을 독려해 오고 있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란 하나의 에너지원에서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해 산업단지 내 기업들에 필수인 공정용 증기와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규모의 경제에 대응하는 규모의 사업이며, 이를 통해 각각 개별 공장의 열원시설을 대신하는 효율화 사업이다.
즉 100개의 공장에 100개의 굴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굴뚝으로 지역 내 오염원에 대한 효율 관리와 통제, 에너지 이용효율 증대를 도모한다. 얼핏 보기에는 대형 에너지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이 많아 보일 순 있다.
그러나 여러 공장이 각자 에너지시설을 돌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염원을 대신하는 측면이 있다. 또 크기가 클수록 효율이 높은 에너지시설 특성과 여러 사용자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에너지 운용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겉으로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 총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환경부와 집단에너지업계가 수행한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 사업은 공장들이 전기 및 열생산 설비를 개별 가동했을 때보다 18.8% 온실가스 저감 및 16.6% 에너지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는 우리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산업은 산업단지 중심으로 기업과 공장 집중화에 따른 이점을 통해 성장해 왔다. 여러 기업이 한데 모이면서 부품 조달이 쉬어지고 운송비가 줄었다. 기업 간 협업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었다.
집단에너지 사업은 세계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 산업 지형에서 특화돼 25년 넘게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역할을 해 왔다. 기업은 에너지 설비 투자비용이라는 부담 없이 저렴하게 전기와 증기를 공급 받았다.
유용성과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발전 공기업의 대규모 시설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집단에너지는 대중 인지도와 정부의 지원이 약한 것이 사실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검토와 정책을 준비해야 할 중요한 변동기에 정부는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에 더 높은 수준의 이해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사업자들이 지속 요청해 온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2기에 대한 제도 개선 및 곧 시작될 3기에서의 무상할당 업종 반영에도 적극성을 보이는 행정 모습이 있어야 한다.
조만간 발표될 제5차 집단에너지 공급 기본계획에서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 활성화 및 지원 방안 등에 대한 방향성이 구체화되기를 바란다.
강일환 한국열병합발전협회 사무국장 kcg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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