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규제 갈림길에 놓인 '리걸테크' 활성화될 수 있을까

[기고]규제 갈림길에 놓인 '리걸테크' 활성화될 수 있을까

기존 서비스 산업에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테크산업'이 활발하다. 그 가운데 주목해야 할 분야가 바로 리걸테크(legal+technology)다. 많은 테크 산업이 그러하듯 법률서비스 분야에서도 정보 비대칭성, 전문성으로 인한 장벽, 높은 수임료 등 고객이 느끼는 불편한 부분이 존재한다. 기술을 접목해서 개선할 사항이 많다. 이에 다양한 형태의 리걸테크 사업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리걸테크 사업이 국내에서 결실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바로 변호사법으로 대변되는 규제 문제다.

변호사법 제34조는 변호사로 하여금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는 다양한 사항을 규정한다. 제109조는 변호사 아닌 자가 영리 목적으로 소송 등 법률 사건에서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 사무 취급이나 알선 행위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변호사가 아닌 개인이나 법인(특히 주식회사)은 대가를 받고 법률 사무 처리나 알선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와 관련해 '대가를 받지 않고' 법률 사무에 속하는 일부 업무를 하는 것은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

변호사법 규정은 이른바 '사건 브로커'에 의한 폐단을 방지하고, 비법조인에 의한 법률 사무 처리로 인해 고객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현재도 그러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이러한 규정이 앞에서 나열한 법률서비스 시장의 문제 해결을 위한 측면에서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오 민사 또는 형사 사건 등 생애 처음으로 법률 사건에 휘말린 사람을 위해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사건 또는 변호사 소개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면 해당 업체는 변호사법 제34조 또는 제109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 '사건 브로커' 취급을 받게 돼 변호사법 위반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그 대가를 받는 사업을 하는 업체도 변호사법 제109조를 위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변호사법상 논란으로 인해 2018년 8월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변호사와 비변호사 간 동업 및 이익 분배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변호사법 가운데 일부 내용을 개정하는 시도가 있었다. 해당 입법안에서는 '변호사로부터 변호사 아닌 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이용 대가로 통상의 실비나 수임 건수 혹은 수임료에 비례하지 않는 정액 비용을 분배받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법률문서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전자적 형태로 법률문서를 생성·제공하는 업무의 대가로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는 경우'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사건 브로커' 난립으로 인한 법률서비스 시장이 혼탁해지는 것을 방지해 온 변호사법 관련 규정을 성급하게 무력화시키는 시도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규제로 작용해 온 면을 부각시켜서 변호사법 개정의 필요성이라는 화두를 던진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공청회 이후 변호사업계의 반발 등을 감안,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타다'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비스 산업에 대한 새로운 사업 모델은 기존 시장 운영 체제인 제도(또는 규제)를 개정해야 정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성공한 스타트업의 많은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시장에 대한 파괴적 혁신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리걸테크도 하나의 산업으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규제'로 작용하고 있는 변호사법의 합리적 개정을 위한 시도가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재훈 리걸인사이트 대표 겸 법무법인 리인 대표 변호사 jhl@legalinsigh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