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년 만에 반도체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 시황 악화로 D램과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매출이 크게 감소, 2위이던 인텔과 순위가 바뀌었다.
사실 반도체 1위 왕좌는 인텔이 오랜 시간 지켜내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1위를 한 건 2017년이 처음이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1992년부터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인텔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반도체 역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삼성이 1위를 놓친 것에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순위 변동보다 더 관심이 쏠린 건 인텔이었다. 삼성은 시황에 따라 매출이 크게 요동친 반면에 인텔은 큰 변동 없이 꾸준한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텔 매출은 전년 대비 0.7% 감소에 그쳤지만 삼성은 29%나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변동이 심해 호황인 때는 이익이 크게 늘지만 하락세로 접어들면 추락 속도 역시 빠르다. 반면에 중앙처리장치(CPU)로 대표되는 비메모리는 경기 변동 영향을 다소 적게 받는다. 이번 인텔과 삼성전자도 각 반도체 산업의 특징을 여실히 보여 줬다.
답은 분명하다. 메모리 중심인 우리나라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 균형이 있으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 오스틴에 있는 모바일용 AP 개발팀을 해체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비메모리, 특히 CPU나 애플리케이션(AP)와 같은 핵심 시스템 반도체는 선진국 추격이 쉽지 않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산업이 진정한 세계 1위 달성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고, 가야 할 길임은 자명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