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타들어 간다.” 중소 소프트웨어(SW)업체 사장의 애끊는 탄식이다. 답답한 SW업계 분위기가 절절히 묻어난다. 'SW산업진흥법' 때문이다. 국회 문턱을 결국 넘지 못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그나마 숙원이었던 데이터 3법은 한시름 놨다. SW진흥법은 여전히 하세월이다. 기약 없이 달력만 넘기고 있다. SW진흥법은 비중과 내용을 따지자면 데이터 법만큼이나 중요하다.
SW산업진흥법은 1987년 제정된 SW개발촉진법이 모태다. 2000년 1월 전면 개정으로 틀을 갖췄다. 이 후 일부 개정을 거쳤지만 산업계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누더기법'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당연히 법은 현실과 멀어도 한참 멀었다. 말 그대로 산업과 괴리된 '따로 국밥'이었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18년 만인 2018년 전면 개정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송부된 날이 2018년 11월 30일이었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부개정 법률안'으로 '의안번호 2016944'였다. 국회 제출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이 최대 치적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SW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회심의 카드가 진흥법이었다.
전면 개정안은 산업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18년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먼저 조문이 크게 늘었다. 기존 5장 47개조에서 7장 73개조와 13개 부칙으로 내용을 보완했다. 법 목적도 명확하게 규정했다. SW산업 경쟁력과 국가 전반의 SW 역량 강화가 목적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했다. 모호했던 문구를 명확하게 수정하고 사업시간, 대가 산정, 초중고와 대학 교육, 상용 SW유통과 관련해 현실에 맞게 재조정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SW업계 소망인 'SW 제값 받기'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 수익성은 SW업계의 오랜 병폐였다. SW강국을 외치지만 실상은 부가가치가 전혀 없는 현장과 다르지 않다는 자괴감이 팽배했다. 낮은 채산성으로 연구개발 동력이 떨어지고 우수 인력이 빠져 나가며 결과적으로 품질이 낮은 제품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보완책을 담았다.
문제는 국회였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진흥법을 이해관계가 얽힌 민원법 정도로 인식해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 발의인데다 소신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국회의원조차 없다는 게 뼈아픈 현실이었다. 2년이 지났지만 본 회의는커녕 상임위 법안소위조차 통과 못했다. 산업계가 한 목소리로 외치지만 딴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19대 당시에도 진흥법 개정안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20대 국회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에 'SW를 가장 잘 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했다. 100대 국정 과제 중 33번째로 'SW강국 코리아'가 당당히 올라가 있다. 당선 후 IT강국은 다시 '인공지능(AI)강국'으로 슬로건이 바뀌었다. AI 핵심은 SW다. 데이터에서 알고리즘을 거쳐 서비스까지 모두 SW로 움직인다. SW경쟁력 없는 AI시대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결국 대한민국 미래는 SW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SW와 AI강국을 말로 떠들고 있다. 반면에 남들은 멀찌감치 앞에서 뛰고 있다. 법은 경쟁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여야가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20대 회기에 남은 마지막 기회다. 쫓아가는 우리에겐 한시가 급하다. 지금도 너무 늦었다.
취재 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