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AI·빅데이터·5G 이제는 사업화 경쟁이다

[데스크라인]AI·빅데이터·5G 이제는 사업화 경쟁이다

차세대 기술 산업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전통의 하드웨어(HW) 강자와 여러 소프트파워로 무장한 기업 간 주도권 다툼은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0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부스였다. 삼성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로봇, 자동차 전장 기술은 전시회의 주인공이 됐다. 협곡을 연상시키는 LG전자의 초대형 사이니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특징인 화질, 절대 명암비, 플렉시블 기술을 가장 잘 보여 줬다. 롤러블 TV도 올해 CES 화두의 하나였다. 삼성과 LG는 HW에선 여전히 글로벌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다.그러나 진정한 수혜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마땅한 전시품이 없고 메인홀에 부스도 꾸미지 못한 구글은 전시장 곳곳에 '임베디드' 돼 있다. 삼성·LG 제품은 자신의 부스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구글과 아마존은 자체 인공지능(AI) 및 플랫폼으로 주요 기업 부스는 물론 각국의 중소기업 제품에도 폭넓게 활용됐다. 엔비디아, 퀄컴, 인텔도 자체 전시품보다는 여러 기업과 연계해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데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전시회라는 특성상 '눈에 보이는' 디바이스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지만 그 사이 소프트웨어(SW)·솔루션 기업은 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 기술 분야 사회에서 실익을 노리고 있다.

AI, 5G, IoT, 빅데이터,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이 대표 미래 키워드로 꼽힌다. 그러나 첨단 요소 기술이 꼭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AI, IoT, 5G 등은 스스로 수익을 내기보다 최적의 제품과 서비스로 연결돼야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AI나 IoT 같은 주목받는 기술은 궁극적 목표라기보다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단처럼 활용된다. 관련 투자를 늘려 원천 기술과 특허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좋은 사업 모델, 제품화를 최우선하는 것이 의미 면에서 더 클 것이다.

우리 기업은 대체로 HW 조립에 강점이 있다. 그러나 소프트파워에서 많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고 차세대 주도권이 구글, 아마존 같은 기업으로 넘어갔다며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HW·조립 산업 노하우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수년간 화두가 돼 온 스마트시티에서 아직까지 뚜렷하게 앞서가는 절대 강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HW 강점을 기반으로 요소 기술을 잘 접목해서 도전해 볼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AI, IoT 등은 외부 소싱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는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SW 기업은 기술을 오픈 소스로 제공한다. 로열티를 일부 부담하더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가치를 더 늘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사업화·표준화 되지 않으면 가치를 높일 수 없다. 우리나라는 5G를 상용화한 첫 번째 나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좋은 인프라를 두고도 여러 이해관계 및 규제에 묶여 원격의료나 차량공유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사실 미래 기술 주도권이 HW에 있는지 SW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보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에서 사업화를 이뤄 진정한 승자가 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 보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