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는 1.2~1.3% 하락한다.”
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따른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대중 수출액은 1239억1100만달러(144조9759억원)로 전체 수출액 4966억9700만달러(581조1355억원)의 24.9%를 차지했다. 최근 10년 동안 이 비중은 줄곧 25% 안팎을 유지했다.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나라로선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문제는 올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발병지 우한은 사실상 유령 도시가 됐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02~2003년 중국 내 3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비견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신종 코로나 여파가 사스와 동일하다면 중국 GDP가 1%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미 국내 수출 기업들은 휘청이고 있다. 별도의 중국 정부 지시가 나올 때까지 현지 공장 가동은 중단됐다. 제품을 가공, 제3국으로 우회 수출할 길도 막혔다. 설상가상으로 국론까지 분열됐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 입국 제한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팽배하다.
정부는 뒤늦게 중국인 입국 제한에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일 이달 내 수출지원 대책과 내수 피해 업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강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에 전력투구함과 동시에 국민 여론을 통합하고, 경제 영향 최소화에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상황은 엄중하다. 지난해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신종 코로나까지 덮쳐 '내우외환'이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우리 내수 상황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 추가경정 예산을 약 12조원 편성한 사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 가치로 상정하고, 가계와 산업을 아우르는 정책을 내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지금은 국익을 위한 정책이라면 그 어떤 것도 과하지 않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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