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전환기를 맞이했다. 전환기를 이끄는 동력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이다. 10만년 전 지구에는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 인간 6종이 살았다. 이후 호모 사피엔스 종만이 살아남았다. 기술 발전과 사고방식의 획기적 변화가 사피엔스 시대를 만들었다. AI가 또 다른 인류 혁신 단초를 제공한다. 변화 언저리에서 인류는 이른바 'AI 사피엔스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단순 기술 차원을 넘어 인문·사회 등 모든 영역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산업이자 산업 경쟁구도를 바꾸는 원천이다. 2030년까지 세계 기업 70%가 AI를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MS, 아마존,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이 대규모 데이터와 플랫폼을 가진 AI 관련 기업으로 변화 중이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D(데이터)·N(네트워크)·A(인공지능) 플랫폼 구축을 바탕으로 'AI 일등국가'를 향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AI 중심 교육체제 개편과 반도체 중심 기술경쟁력 확보, 사회안전망 구축, 미래사회에 대응한 법제 정비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세계는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산업과 사회(삶) 전반에 걸친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를 맞이했다”면서 “범국가 차원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해결 과제가 산적했다. 국가 전략를 마련했지만 중장기적 로드맵 수립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 나노·바이오 분야에서 10년 이상을 내다본 중장기 기술로드맵이 좋은 예다. AI는 기존 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를 수반한다. AI 법인격 부여 여부, AI 창작물 법적 지위 등 고민해야 할 때다. AI 연구·투자 문화도 변화해야 한다. AI 기술은 기존 정보기술(IT) 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가지 기술에 집중된 기존 연구개발 프레임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주요국과 비교해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높지 않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AI 특허 등록건수, 특허 점유율은 7개 비교국 중 3위를 차지했다. AI 대학교·대학원 수는 8개 중 5위, 논문 건수는 7개 중 6위로 인재 양성 기반과 연구 성과 도출이 미진했다. 우수한 AI 스타트업 성과에 비해 AI 기업 수는 8개 중 8위로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초기 환경 조성지원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AI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다는 시각도 있다. 유럽에서는 한국을 AI 시대를 주도할 국가로 점치기도 한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대한민국은 높은 IT인프라 수준, 인구 규모, 기업 소재, 높은 교육열, 도시 집중도 등 AI 연구를 위한 좋은 조건을 다 갖췄다”면서 “이 같은 상황을 제대로 활용하고 투자에 나선다면 AI 분야를 선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은 'AI 사피엔스 시대'라는 주제로 AI관련 산학연은 물론 일반 시장을 집중 조명하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현장 취재를 중심으로 AI시대 기술·서비스·기업·인물·정책 등 분야별 흩어진 현장을 종합 정리한다. 기획은 총 5부로 나눠지며 탐방·체험(1부), 기술(2부), 생태계(3부), 교육·연구(4부), 사회·문화(5부) 등 주제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