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H5N1 바이러스'는 기침 한 번에 주변 대부분 사람에게 전염된다. 치사율은 100%에 가깝다. 정부는 신종 전염병의 정체를 확인한 이후 분당 지역 봉쇄를 결정한다.
대형 마트는 분당 봉쇄에 대비해 물건을 사재기하려는 사람으로 아우성이다. 수용시설은 생존자와 사망자가 뒤섞인 아수라장이다. 공포를 느낀 사람은 수용시설을 탈출하고, 시위대와 경찰이 뒤엉켜 서로를 겨누고 총리는 발포를 넘어 그 이상의 조치를 검토한다. 국민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대통령의 결정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현실을 돌아보면, 영화 '감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를 강타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행사를 비롯해 많은 모임과 활동이 위축됐다. MWC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 참가를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공장까지 가동을 중단하며 경제 타격까지 현실화되는 실정이다.
영화 '감기'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공포다. '감기'는 전염병으로 인한 공포가 사회를 어떻게 파괴하고, 또 해결할 수 있게 하는지 극단적 설정을 통해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우한 봉쇄 결정을 내린 이후 외신 보도를 통해 절규하는 사람 사진을 보면, 전염병의 공포와 슬픔은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듯하다.
'감기'에는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이 H5N1 바이러스에 항체를 지닌 인물을 인지한다. 항체를 확보한다면 백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이 발생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그들이 항체를 가진 인물인 줄도 모르고, 위기에 빠뜨린다. 차분하면서도 과학적인 대응으로 해법을 찾았다면 보다 빨리 대응책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속 대통령은 분당의 감염 사태에 최대한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지만, 감염된 국민을 보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슬퍼한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보호하려 하고,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하는 모습은 이상적인 정치인의 모습이다. 위기 상황을 일사불란하게 극복할 수 있는 지도자의 자질과 국민의 신뢰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감기는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평론가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영화 속 상황은 극단적이고, 현실과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극단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만큼은 새겨볼 만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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