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내 산업계의 불확실성이 1~2주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 등 일부 기업이 강력한 자체 방역시스템 구축을 전제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일부 공장 부분 재가동에 나서지만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에서는 사망자가 단기간 800명을 넘어서자 정부가 공장 휴무를 연장하거나 재가동 조건을 엄격히 제한했다. 저장성은 후베이에 이어 도시봉쇄 조치가 내려졌고 다른 지방정부도 개학 연기 등의 강력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공장 재가동을 신청하면 방역상황을 현장 점검하고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0일 이후에도 중국 공장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가동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상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생산 차질 등 우리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춘제 연휴가 9일 끝나 10일부터 공장 재가동을 기대했으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자 방역에 비상이 걸리면서 현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저장성이 후베이성에 이어 두 번째 도시봉쇄조치(혹은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자 이 지역 공장은 휴무 기간을 3월 15일까지 한 달 이상 연장했다.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3월 이전 공장 재가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에 이은 두 번째 도시봉쇄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자 초·중·고 개학을 연기하는 등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헤이룽장성이 3월 1일 이후로 개학을 미뤘고 장시성과 안후이성, 상하이 등이 2월 17일 이후로 개학을 연기했다. 9일 12시 현재 신종 코로나 사망자는 813명으로, 2003년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당시 773명을 이미 넘어섰다.
10일 출근하더라도 당장 공장의 정상 가동은 힘든 상황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이 재가동 신청을 하면 방역현황 등을 현장 점검하고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절차가 최소 3~4일 소요되는 데다, 춘제 연휴 이후 출근자가 줄어드는 특성까지 감안하면 정상 가동은 다음 주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둔 국내 A사 관계자는 “공장 재가동 신청을 해야 출근이 가능한데 그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재가동이 쉽지 않다”면서 “중국 지방정부별로 공장 재가동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지방정부 지침을 따르면서도 최고 수준 자체 방역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장 재가동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대 현안인 와이어링 하네스(배선장치) 부품 생산 재개를 위해 산둥성 정부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력해 지난 주말 산둥성 소재 28개 한국 자동차 부품 공장 부분 가동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주요 부품 업체들이 그동안 중단했던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을 재개하고 완성차 생산라인 재가동에 힘을 보탰다. 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가용 인원을 총동원해 와이어링 하네스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주말에도 직원이 출근해 생산라인을 돌렸다”고 말했다.
쑤저우에 건조기, 세탁기, 노트북 공장을 둔 삼성전자는 10일 공장 재가동 예정이지만 언제 변할지 모르는 현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난징(세탁기·노트북·모니터·자동차부품)과 천진(에어컨), 타이저우(냉장고) 등 중국 각지에 공장을 둔 LG전자 역시 10일 공장 재가동을 위해 현지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10일 기준 해당 법인지역 내 2주 이상 체류가 확인된 인원만 출근이 가능하다”면서 “발열, 기침 등 건강 이상자는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고 마스크 착용, 체온 수시 측정 등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췄다”고 말했다.
춘제를 대비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중국 공장 가동중단 사태가 길어지면 국내 산업생태계 타격이 불가피하다.
와이어링 하네스 86%가량을 중국에 의존하는 기계산업, 모터 부품을 의존하는 공기청정기·정수기, 중국 OEM 의존도가 높은 PC 산업 등 전자·자동차 업계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던 반도체 업계와 공장 재가동 예정인 디스플레이 업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장 이전, 부품 수급처 다양화 등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하지만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부품협력사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향후 1~2주는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