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 최대 화두는 '디지털 전환'이다. 정부와 산업계 모두 디지털 전환으로 스마트 대한민국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의 가장 기본이 될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전자문서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구축·활용해 전통 운영 방식 및 서비스 등을 혁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날로그 형태를 디지털 형태로 변환하는 전산화 단계와 산업에 ICT를 활용하는 디지털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업에서는 업무활동정보 유통의 주요 도구인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것이 디지털화의 첫 걸음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최근 ICT 발전과 사회·경제 변화에 효율 높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많은 업무가 전자문서 기반으로 변화돼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구축된 최고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전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첨단 디지털 기기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전자문서 사용 수준 및 기대 수준이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전자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전자정부는 세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 업무와 민원 업무는 전자문서를 기반으로 효율 운용이 되고 있어 공무원 및 국민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내 금융기관의 종이 없는 디지털 창구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상품 설계나 계좌 개설, 전자계약까지 처리하는 모바일 태블릿 뱅킹 시스템 등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전자문서 이용률은 62.6%에 그쳤다. 공공 분야는 전자정부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자문서 이용률이 81.3%에 이르지만 민간의 전자문서는 금융(61.2%), 유통(59.2%), 제조(55.9%), 의료(54.9%) 등 대부분 분야에서 이용률이 크게 낮았다.
이는 다양한 사용 환경의 차이와 산업별 전자문서의 법리 해석에 따른 차이라 할 수 있다. 전자문서 효력을 증빙하기 위한 제반 기술 및 환경은 어느 정도 성숙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전자문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측면보다 전자문서 도입에 따른 법제도 제약이나 효력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가운데 전자문서 도입 시 법 관련 이슈로 제기된 내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문서의 모호한 법률 효력과 종이문서 원본을 전자문서로 변환한 후의 폐기 가능 여부다. 주로 기업의 법 준수사항 또는 분쟁에 따른 증거력 확보 시 전자문서 효력을 부정 당할 경우를 우려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자문서법 개정안은 전자문서가 원칙상 종이 문서와 동일한 법률 효력이 있도록 했다. 타 법에서 특별히 금지하는 경우 외에는 전자문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스캔한 문서를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할 경우 원본 종이 문서를 폐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문서법이 개정된다면 기업의 우려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 애로사항을 반영한 전자문서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이번 국회 회기를 놓치면 다시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전자문서법은 별다른 쟁점이 없는 상황임에도 기타 정보통신 관련 법안과 묶여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의 국가·사회 모델은 완전히 디지털화될 것이다. 디지털 사회 모범 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최신 유행의 ICT 도입이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디지털 사회의 기초를 튼튼히 하고 방해가 되는 관행 또는 습관 및 관련 제도의 전격 개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디지털 사회의 전제 조건이 되는 전자문서 사용이 우리 사회에 빠르게 정착돼야 하며, 법제도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하면 이번 회기에 반드시 전자문서법이 통과돼 2020년이 대한민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박미경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 회장 chairperson@d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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