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LSI사업부 내에 '커스텀SoC팀'을 신설했다. DS부문 산하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에 공존하던 반도체 설계 지원 조직을 일원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발표하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고객사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설된 조직을 통해 대형 IT 고객사 지원과 협력 기능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커스텀SoC'라는 이름의 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DS부문 내에서 칩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 소속된다.
팀 리더는 지난해까지 파운드리사업부 파운드리ASIC팀에서 일했던 박진표 상무가 맡는다.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 규모는 30여명으로, 이달 말께 팀 구성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서는 외부 IT 고객사가 삼성전자에 의뢰한 반도체 설계 지원을 전담하는 역할을 한다.
반도체 칩은 복잡한 설계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반도체 설계 언어(RTL)로 기초 청사진을 마련하고 테스트 작업과 배선 및 배치(P&R)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양산이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고객사가 칩 설계를 한층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내부 인력을 활용해 긴밀하게 지원한다. 파운드리 위탁 생산뿐 아니라 칩 설계에도 상당 부분 참여하면서 제조 과정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페이스북, 테슬라와 삼성의 협력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페이스북과 삼성전자가 협력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칩 프로젝트 규모가 꽤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시스템온칩(SoC) 설계 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사와 시스템LSI사업부 협력으로 설계 과정이 끝난 칩은 파운드리사업부로 건너가 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을 갖추는 등 대만 TSMC와 경쟁하기 위한 생산라인을 갖춘 바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커스텀SoC팀이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 두 곳 모두 있었던 설계 지원팀을 일원화했다는 점이다. 조직개편 전까지 파운드리사업부에도 고객사 칩 설계를 지원하는 '파운드리ASIC(주문형반도체)' 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리더인 박진표 상무와 해당 팀을 시스템LSI사업부로 흡수시키면서 외부 고객사 대응 체계를 단순화했다. 과거 외부 고객사 수주전에서 '집안 내 경쟁'이 났던 점을 고려해 조직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편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교통정리와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를 노리는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과제가 대형 IT 고객사 확보라는 점에서 앞으로 커스텀SoC팀 역할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전자의 신규 칩 설계 고객사 수주가 많지 않아 당분간은 이미 수주한 프로젝트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역량에 따라 인력 규모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직개편으로 파운드리사업부는 삼성전자 IT기기용 칩을 개발하는 인력을 일부 남기고, 생산 공정 개발에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