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화제가 된 만화영화가 있다. 추억의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키디'다. 2020년을 그렸다는 상징성 때문이다. 우주탐사 도중에 조난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우주를 여행하는 내용이다. 2020년 현재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반면에 길 안내 로봇같이 원더키디의 장면이 실현된 경우도 있다. 최근 산업계에 화두가 된 디지털 전환 덕택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드론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은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하며, 산업 각 분야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전환 물결은 문명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인 광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광업에서는 광산장비, 차량, 장치, 센서, 카메라 등 장치와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자료를 공유해서 긴밀하게 통제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디지털 마이닝이라 한다. 광산에 디지털 마이닝을 적용하면 협업과 광산 경영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며, 기계장비에서 인간을 분리시키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동유럽에 위치한 불가리아 첼로페치 광산은 디지털 마이닝을 현실화하고 있다. 첼로페치 광산은 사람이 생산 현황을 파악하고 보고하던 방식에서 컴퓨터가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IoT 장비를 활용해 매 시간 생산되는 광석의 양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감독관을 배치할 수 없는 좁은 구역에서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로 광산의 생산성은 두 배 이상 높아졌고, 생산 원가는 40% 이상 절감됐다. 초기 투자 비용이 커서 디지털 마이닝 도입을 걱정하던 주주들이 함박웃음을 지었음은 물론이다.
석회석과 같은 연질의 비금속 광물을 생산하는 국내 광산들은 면적을 넓게 뚫는 대규격 갱도 형식으로 광석을 채굴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갱도를 유지하는 암반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크고 작은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또 광석을 채굴하는 양이 많아질수록 더 깊이 파 내려가야 하는 심부화 현상이 발생한다. 심부화가 진행될수록 지하 압력과 통기 문제로 작업 효율은 떨어지고 생산 원가는 높아진다. 생산성 저하와 내수 시장 침체까지 더해져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광산들이 디지털 마이닝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마침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제3차 광업기본계획을 통해 국내 광산을 디지털 마이닝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고무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도 올해부터 국내 대형 광산 중심으로 전자태그(RFID) 방식을 적용한 생산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장기 침체로 신규 설비 도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국내 광산들에는 원가 절감과 작업 환경의 안전을 확보할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지털 마이닝이 국내 광업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광산들이 수익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디지털 마이닝은 광산 개발 경영에 필요한 전략 측면이다. 100년 역사의 해외 유수 광산처럼 국내 광산도 미래를 내다보는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디지털 마이닝에 적합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딜로이트는 디지털 전환 시기에 필요한 인재는 논리 타당한 사고로 장비와 시스템을 운영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 제시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시한다. 이러한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대학과 관련 기관 및 기업 간 공조는 필수다.
디지털 마이닝이 가져올 기술 혁신은 심해나 극지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자원 개발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먼 미래에서도 자원 개발을 가능케 할 디지털 마이닝을 이제 우리 광업에도 적용할 결단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명환 한국광물자원공사 기술연구원장 korespr@kore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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