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15년 만에 시행되는 게임법전면개정, 쟁점은?

[이슈분석]15년 만에 시행되는 게임법전면개정, 쟁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변화하는 게임 산업에 맞춰 게임법 전부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15년 만에 전부 개정이다. 공개한 초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논의를 추렸다.

◇확률형 아이템 개념

확률형아이템 개념 규정을 신설했다. '유료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확률형아이템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을 종식하려는 목적이다.

유료로 확정 아이템을 구매한 후 불확정적인 아이템을 구매하는 경우는 어떻게 파악할 지에 의문이 나온다. 예를 들어 유료 아이템으로 '다이아'를 구입하고 다이아로 '확률형 상자'를 구매하는 경우다. 우연성이 작용하는 불확정 아이템을 이용자가 유료로 구매할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지 사업자가 예상하기 어렵다. 유료 강화 아이템으로 불확실한 강화를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확률형 아이템 징표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우연에 따라 획득하는 특징이 빠졌다. 또 확률형아이템 상위 개념인 게임아이템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아이템을 게임 진행을 위해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로 정의한다. 능력치에 영향을 미치지만 게임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는 치장 아이템은 게임 아이템에서 제외된다. 게임아이템에 해당하지 않으면 확률형아이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게임과몰입 예방조치

게임과몰입 예방조치를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게임제공 사업자 의무를 규정한다. 실효성 문제,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게임 간 차별 문제, 과도한 본인인증으로 인한 문제, 법정대리인 신분 확인 어려움 등 의무 준수에 대한 산업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셧다운제

'여성가족부 장관은 청소년보호법 26조에 따라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대상 게임 범위가 적절한지 평가할 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바꿨다. 종전에는 협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더 전문적인 정부부처 의견을 중요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다만 셧다운제 게임 범위에 대해 재평가해 재조정할 수 있는 내용은 빠졌다.

서종희 건국대 교수는 “등급분류와 연결 지어 특정 등급 이하 게임에 대해 실질적으로 셧다운제 적용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입법 개정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에 대한 논의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가 신설된다. 국내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용자 보호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 해외 게임사업자로부터 보호조치를 강제하기 위해서다.

국내 대리인이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법위반 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외사업자가 한국법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직접 게임사업법에 따른 제재 처분을 할 수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정부 제재처분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정운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역외적용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며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내대리인 법위반에 대한 책임을 사업자에게 귀속시키는 건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며 나아가 FTA 위반 등 통상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자 법에서도 국내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법률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입법화되지 못했다.

◇한국게임진흥원 설립

한국게임진흥원설립을 위한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에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수법인은 재단법인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과도기 단계를 거친다. 진흥원의 존재가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바로 법률로 만들기에는 설득력 있는 사업 목적, 사업 수행능력, 필요한 예산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온다.

서 교수는 “사업 목표 및 예산범위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하다”며 “유사한 업무를 담당한 유관기관과 협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부규제와 자율규제

자율규제 조항이 신설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자율규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마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규제에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게 벌칙이 없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서 교수는 “게임산업진흥시설 지정을 취소하거나 지원받은 중소게임사업자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산업협의체 정부 개입 여부

개정안 14조는 정부가 게임산업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77조는 게임산업협의체가 자율규제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임산업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는 권한은 정부가 보유할 뿐 아니라 협의체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인 사항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게임사업자 참여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협의체는 사실상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협의체에서 결정된 사항이 자율규제에 해당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행정법규 위반 비범죄화

그간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형사처벌 비판 목소리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행정법규 위반 비범죄화는 진전되지 않았다. 개정법 과태료 법 위반 사유는 18개다. 형사처벌 대상 법위반 사유는 22개다. 형사처벌이 아닌 과태료나 행정제재 대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정운 변호사는 “실효적인 제재 수단으로 과징금 제도를 더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제공사업자에 대한 실효적 제재 수단

게임사업자가 준수사항 또는 금지행위를 위반한 경우 6월 이내 기간을 정해 사업 전부 또는 일부 정지를 명할 수 있다. 물리적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영업과 달리 온라인 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사업정지는 사실상 사업폐쇄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위반행위 성격과 경중에 따라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 수단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케이드 게임, 제공가능 게임 등급분류 및 제공 범위 확대

현행 게임법 상 아케이드게임은 전체이용가 게임물만 제공할 수 있다. 개정안은 아케이드게임 등급분류 단계를 여타 게임물과 동일하게 확대하고 제공 범위를 넓히는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청소년은 나이를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 발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방문이용자 연령을 확인하는 의무를 실질적으로 준수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과정·선정 광고

개정안에는 과정·선정 광고에 대한 내용이 없다. 콘텐츠 자체에 대한 심의만 있다. 광고자체에 대한 심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정부 역할이 커질수록 등급심의 검열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은 “정부역할을 증진시킬수록 검열문제가 커진다”며 “이러면 개정법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게임산업 증진 역할을 하는 접근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료결제 관련

온라인 게임은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규정에 따라 환불한다. 게임만 적용하는 법이 아니다 보니 산업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디지털콘텐츠가 그렇다. 판단이 명확하지 않다. 사업자별 환불 기준이 달라 이용자 혼란과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환불대행업체 등 불법적인 사업형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를 금지하는 법이 추가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정운 변호사는 “주요 분쟁 영역인 유료결제 취소 및 환불에 관한 합리적인 기준, 또는 이에 관한 자율규제 방안을 개정안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