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放射光). 언뜻 방사능을 떠올리지만 별 관계가 없다. 방사능이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방사광은 싱크로트론이라는 가속기로 만들어진 인공물이다. 그래서 이 현상을 싱크로트론복사라고도 부른다.
요즘처럼 기술 혁신이 대세인 적도 없다. 성장하는 데 필수 조건으로 여겨진다. 반면에 이처럼 난해한 것도 드물다. 재무제표에 지출로는 잡히지만 수익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상식은 말한다. 그래서 아직 여물지 않은 시장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베인앤컴퍼니의 댄 하스나 폴 로저스의 생각은 다르다. 혁신을 가속화한 사례는 많다.
상식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항상 정답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 다른 시각으로 보자고 한다.
첫째 우리는 기술 혁신을 두 가지 시간표로만 상상한다. '당장' 또는 '나중'이다. 전자는 당장의 제품 성능을 높이는 게 목표다. 반면 후자는 아직 여물지 않은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다. 전자는 재무제표를 꾸미는 데 필수다. 후자는 기업을 지속 가능한 것처럼 속인다.
반면에 여과기는 놓치기 일쑤다. 어느 기업이고 3년에서 5년 사이 이곳엔 별 계획이 없다. 그러나 이 시공이야말로 혁신의 적기다. 근시안의 비효율성과 망원경을 통해 비친 환상이 이성을 마비시키지 않는다. 왜 5년이냐 묻는다면 답은 마땅찮다. 그 대신 '40% 룰'은 어떤가. 5년 안에 개발된 신제품으로 매출의 40%를 달성하겠다는 3M의 목표다.
둘째 기술 개발 성공을 어떻게 따져야 할까. 대개는 애초에 목표로 정한 성능이나 새 제품을 증거로 내민다. 이런저런 특허나 유명 잡지를 보여 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은 성공을 새로 만든 가치로 보여 줘야 한다. 너무 많은 성과 목표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목표가 분명하기로 유명하다. 어떤 때는 현금 흐름과 시너지라는 두 개만 쓰기도 했다.
셋째 간과한 기회를 찾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패러다인은 루슨트테크놀로지 통신장비 사업부였다. 한때 유망했지만 AT&T에 인수된 후 실적도 기술 개발도 지지부진했다.
텍사스퍼시픽은 여기서 시장을 본다. 케이블 모뎀은 성숙 시장이었지만 시장을 선도했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투자한다. 다른 하나는 반도체였다.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기술을 갖추고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루슨트는 투자에 인색했다. 텍사스퍼시픽은 투자를 늘렸고, 훗날 글로브스팬비라타라 하는 세계 최대 xDSL모뎀 칩셋 업체가 됐다. 루슨트가 헐값에 팔아치운 패러다인으로 텍사스퍼시픽은 수익을 25배나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사광을 인공으로 만들려면 우선 전자를 진공 튜브에 쏜다. 그다음 선형가속관을 통과시키면서 전자를 광속 가까이 가속한다. 이 가속된 전자가 꺾일 때 빛이 방출된다. 이 빛을 방사광이라 부른다. 결국 이것은 전자가 빛의 속도로 가속될 때 내뿜는 빛인 셈이다.
가치란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무엇을 하든 제 방향, 제 속도로 움직일 때 자연히 내뿜는 것이다. 두 저자는 여기에 '가치 증속'이란 용어를 붙인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내게도 이런 가치증속이 가능한 것일지. 내게 알맞은 싱크로트론이 있지는 않을지. 한번 따져 봄 직하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