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0억원대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진두아이에스가 자금 압박으로 법원에 회생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업계 전반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특히 진두아이에스가 맡아온 통합유지보수사업에 참여한 중소·영세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대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연쇄 경영난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SW 업계는 진두아이에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 통합유지보수 사업 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공공 편의 높인 통합유지보수…업계 불안정성↑
공공 통합유지보수사업은 시스템 내 다양한 SW 유지관리 사업을 한꺼번에 턴키로 발주하는 방식이다. IT 담당 공무원이 평균 수십개에 달하는 SW를 일일이 발주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통합관리사업자 한 곳만 관리하면 돼 사업 관리 편의성을 높였다.
그러나 진두아이에스 사태를 계기로 통합유지보수사업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진두아이에스 회생 신청은 단일 회사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두아이에스는 국방부, 법무부, 경찰청 등 주요 공공 20여곳에 통합유지보수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사업과 연관된 국내외 SW기업이 640여개 달한다. 통합유지보수 사업 특성상 다수 SW 공급 업체가 이 사업을 수주한 한 개 IT서비스 기업과 계약을 체결한다. 만약 진두아이에스가 법원 판결 여부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SW기업은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에 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 원 계약자가 공공이 아니라 통합사업자인 IT서비스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제2, 제3의 진두아이에스 상황이 재현될 경우 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 SW업체 대표는 “받아야할 금액이 적은 경우 수백만원에 불과한 기업도 있겠지만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영세 SW기업은 줄도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통합유지보수사업 불합리성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공공 통합유지보수사업은 기업 간 수익 배분 문제도 야기한다.
그동안 SW 업계는 통합유지보수사업 진행 시 통합사업자가 별도 역할 없이 통행세만 받고, 하도급(전문 SW기업)에게 낮은 사업 대금을 지급한다고 호소했다.
반면 통합사업자는 전체 프로젝트를 운영·관리하고 발주자 요구사항을 통합·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역할 없이 통행세를 받는다는 지적에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합사업자가 하도급에게 운영·관리비를 떼어내고 유지보수 비용을 배분하는 계약관행이 지금도 존재한다”면서 “중소·영세 SW기업 등 수익성이 저하되고, 언제 주사업자가 파산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 지내야 한다”고 말했다.
◇SW '제값받기'도 요원…책임성 강화해야
유지보수 사업은 공공 SW 시장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4년 전체 공공 SW사업 가운데 유지보수 사업 비중은 32.4%였지만 2018년 41.3%로 점차 증가한다. 유지보수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통합유지보수 사업으로 발주돼 공공 SW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
업계는 통합유지보수사업이 SW 제값받기 정책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통합유지보수 사업은 대체적으로 기술력보다 가격으로 결정된다. 대부분 저가로 사업을 수주한다. 통합사업자는 이 금액에서 오라클 등 가장 유지보수 요율이 높은 외산 SW 금액을 우선 지급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서 국산 SW 유지보수 금액을 책정해 지급한다. 결국 통합유지보수 사업에 하도급 계약을 맺은 국산 SW기업은 낮은 유지보수 요율을 적용한 대금을 받고, 수익성은 악화된다.
업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개별 수의계약, 기재부 예산 세부 지침 개선 등 발주자와 통합사업자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중소 SW업체 대표는 “민간도 여러 종류 SW 제품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지만 대부분 통합 발주 계약이 아니라 개별 기업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문제 발생 시 기업이 직접 책임을 진다”면서 “공공도 단일 통합사업자에게 수십개 중소 SW기업이 휘둘리지 않도록 책임 있는 계약 가이드라인이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W정책연구소는 “기재부 예산편성 세부지침 공공분야 시스템 유지보수 사업과 관련된 세부 비목과 산출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통합 과제관리비와 유지보수 개발 인력 인건비를 예산계획 수립 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