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2020년 주주총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 회장 타계 이후 오너가 집안싸움에 사모펀드까지 가세하면서 확전된 상황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 반도그룹과 3자 연합을 구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뺏으려 하고 있다.
향후 반도그룹이 KCGI로부터 지분을 넘겨받아 한진그룹을 삼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 쟁점은 '이사회 구성'
내달 25일 열리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쟁점은 이사회 구성이다.
한진칼 이사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이다. 이중 조 회장(사내이사)과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사외이사)가 같은 달 23일 임기가 끝난다.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은 3월 초 열릴 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되지만,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은 확실시된다.
조현아 3자 연합이 주주제안으로 낸 이사 후보도 반영할지 관심사다. 김신배 전 SK그룹부회장(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필두로 총 7인이다. 단번에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려는 의도다.
조 회장 진영이 전문경영인을 이사후보로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강력한 쇄신안을 내놓을 경우 기관투자자, 외국인투자자, 소액주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오너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다면 조현아 3자 연합 추천 후보 7인의 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질 주주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 보수 급증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양 진영 지분 격차는 5.14% 포인트다. 조 회장 진영이 37.12%로 조현아 3자 연합(31.98%)을 앞선다.
그러나 3자 연합 전면에 나선 KCGI의 강성부 대표가 “다음을 기약하지 않고 주총에서 기필코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 결과를 예단할 순 없는 상황이다.
◇조현아, 장기전 가야 이득
조 전 부사장이 단기적으로 얻는 건 없다.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부결시키더라도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다. 조현아 3자 연합이 명분을 얻기 위해 전문경영인에 일임한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패할 경우 조 전 부사장 회유를 위해 거래에 나설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조현아 3자 연합은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에 3년 이상 소요된다고 보고 다년간 협력관계 유지를 확약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 입장에선 3자 연합이 이번 주총에서 이기고 장기전에 돌입해야 한다. 오너가로부터 매력적 회유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장기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조 회장 진영에선 델타항공과 카카오가 각각 지분을 1%씩 추가 매입했다. 조현아 3자 연합에선 반도그룹이 5.02%를 더 사들였다. 양측 지분율은 조 회장 진영 39.12%, 조현아 3자 연합 37.08%다.
한진그룹 내부에선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움직임도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경영정상화 이후 시세차익을 보고 떠날 KCGI에 반감이 있어 조 회장에 긍정적이다.
◇반도그룹, 한진 삼킬 가능성
공격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반도그룹이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KCGI는 언젠간 지분을 처분,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반도그룹이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반도그룹 현재 지분율은 13.3%로 KCGI 보유 지분까지 사들이면 30.59%로 급증한다.
유안타증권은 반도그룹 연결부채비율 100%를 가정하면 계열사를 통해 약 1조원을 동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칼 지분 약 30%를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진 오너가가 상속세 연부연납 재원 확보에 차질이 생겨 지분 매각에 내몰리고, 반도그룹이 KCGI 지분을 인수한다면 한진그룹을 8000억원에 사들이는 그림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