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입국 제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파트너사와 비즈니스 미팅이나 해외 전시회 참가 등 글로벌 사업 추진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향후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면서 수출 최전선에 선 근로자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무직은 대면 접촉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로 업무를 보고 있지만, 생산직은 현장에서 업무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상적 글로벌 경영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입국 제한 조치 이전 '이동 최소화'
주요 기업들은 이미 입국 제한 조치 전부터 해외 출장과 비즈니스 미팅을 전면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활발했던 해외 전시회 참가도 모두 미뤘다. 해외 주재원들은 일제히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사업장이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선제조치다.
현재 해외에 진출한 주요 기업들은 언제 어디서든 사내 시스템과 화상회의 등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당장 큰 차질은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온라인으로 업무를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어 중장기 관점에서 해외 사업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 독일, 러시아, 인도 등 활발히 교류했던 주요 국가들의 코로나19 관련 조치 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에서 3단계 상향 조정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사업 차질 우려도 커진다.
미국에 법인을 둔 기업 관계자는 “현지 주재원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진행해야 할 업무는 모두 맡겨놓은 상황이다”면서 “당장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이 현실화되면 대면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의사결정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 덮진 코로나…잇따른 사업장내 확진으로 비상
기업들은 재택근무 확대와 출퇴근 시간 유연제 등으로 사업장이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해외 파트너들과 소통은 출장 대신 화상이나 메신저 회의로 대체하며 소통하고 있다.
대응조치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삼성전자와 현대차,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기업 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잇따라 발생해 기업 운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지역사회 감염단계로 확산하면서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곳에서는 방역을 위해 사업장을 일시 폐쇄해야한다.
삼성전자는 구미와 기흥 사업장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구미 사업장에서는 1, 2 사업장에서 모두 확진환자가 나왔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구미 2사업장 생산직 직원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토요일 특근 중이던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키고 방역을 실시했다. 삼성전자는 1일 오후까지 구미 2사업장을 폐쇄하고, 확진자가 근무한 층은 3일 오전까지 폐쇄할 예정이다. 구미 2사업장은 앞서 22~24일에도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한 바 있다. 구미 1사업장 확진자는 지원조직이어서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파운드리) 사업장에서는 구내식당 협력업체 직원 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다만 이 직원은 생산시설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반도체 생산라인도 정상 운영 중이다.
LG디스플레이 구미 사업장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LG디스플레이 소속 직원은 아니지만, 식당과 매점 등이 입주해 있는 복지동 은행 직원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곧바로 복지동을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했다. 또 해당 복지동 이용 직원들이 근무하는 모듈공장도 선제적으로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한다. 모듈공장은 3일부터 재가동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와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2공장은 GV80,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용 라인이다.
또 현대차 남양연구소 사원아파트 환경미화원도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업무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소와 사원아파트간 거리가 5㎞ 이상 떨어져 있고, 청소용역업체 직원이어서 입주민과 접촉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공장이 폐쇄되면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 협력사 역시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면서 “생산직의 경우 현장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을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