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벤츠, 나 추워”
차량에 명령을 내리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가 자동차를 제어했다. 위치를 파악해 운전자 쪽으로만 따뜻한 바람을 내보냈다.
MBUX는 전작엔 없던 기능이다. 이번에 시승한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GLC 300 4MATIC' 부분변경 모델(기본형)은 MBUX를 추가하면서 한 층 더 미래 지향적인 차로 탈바꿈했다.
갤럭시 '빅스비', 아이폰 '시리'와 유사한 MBUX 기능이 신기해 추가 명령을 내렸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줘”
과한 욕심이었는지 MBUX는 해당 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다. 사투리 학습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발음을 교정, 또박또박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는 MBUX 제어 권한이 인포테인먼트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주행 중 사용자가 별도로 다이얼을 만지지 않고도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해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운전자 안전과도 직결된 주행모드 변경 등은 할 수 없다.
가장 아쉬운 건 “시트 히터 켜줘”라는 명령은 수행 가능하지만 “통풍시트 켜줘”는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통풍시트는 프리미엄 모델에만 포함된 사양이다. 한국의 여름은 독일과 달리 습하고 덥기에 메르세데스-벤츠가 매정하게 느껴졌다.
에어컨·히터 작동 이외에도 MBUX는 내비게이션 조작, 날씨 확인, 실내조명 조작, USB 음악 검색 및 재생, 선루프 개폐 등을 지원한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하니 전화 걸기, 문자보내기 등도 가능했다.
MBUX는 딥러닝 기술까지 적용돼 있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도 가능하다. 나만의 더 뉴 GLC 300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실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특정 시간대에 선호 라디오 채널을 추천하거나, 특정인에 전화할 수 있도록 번호를 제시할 수 있다.
더 뉴 GLC 300은 실내 인테리어도 더 고급스럽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완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아날로그 계기판을 디지털 계기판으로 교체했고, 중앙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기존 8.4인치에서 12.8인치로 넓혔다. 고해상도로 보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제어 방법도 간단하다. 운전대 좌우측에 장착된 터치패드 컨트롤을 사용하면 된다. 왼쪽은 디지털 계기판, 오른쪽은 터치스크린에 연결돼 있다. 감도가 좋아 주행 중 조작이 편리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가속 성능은 우수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변경하니 폭발적으로 달려 나갔다. 운전대 감도는 빠른 속도를 고려해 묵직하게 변했다. 최고 출력 258 마력의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 힘이 느껴졌다. 연이은 차선변경과 추월에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했다.
운전자 정면 유리에는 윈드실드 타입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내비게이션, 속도 등 주행정보를 보여줬다. 낮이었지만 선명하고 또렷했다. 별도 글라스가 필요한 컴바이너 타입 HUD와 달리 정면을 주시하는데 껄끄러움이 없었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은 크지 않은 편이나, 스포츠+ 주행모드로 RPM이 크게 치솟을 땐 벤츠 특유의 엔진음이 귀를 때렸다. 차량 설계 시 의도한 듯 소음이 불쾌하기보다 스포티한 주행에 즐거움을 더했다.
부분변경 모델이기에 외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헤드 및 테일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 세부 디자인만 바뀌었다. SUV 감성을 조금 더 살려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이 기본 적용돼 있으나 너무 신뢰해선 안 된다. 높은 인식률을 보여줬으나 시승구간에 있는 시골길에선 감도가 떨어졌다. 선이 또렷하지 않은 영향으로 보였다. 말 그대로 운전 '보조'장치란 점을 상기하게 됐다.
더 뉴 GLC 300은 승차감과 하차감 모두 만족스럽다. '착' 감기듯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벤츠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벤츠 고유의 삼각별 로고는 추가적 설명이 불필요하다.
가격은 더 뉴 GLC 300 4매틱이 7080만원, 더 뉴 GLC 300 4매틱 쿠페가 7510만원이다. 프리미엄 모델은 각각 7810만원과 8160만원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