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원사업 줄줄이 연기...창업 열기 급랭 우려

중기부, 접수기간 평균 2주 연장
코로나19 대응 관련 가점 조건
"온라인 모집 일정 연기 불필요
창업 분야 다양성 훼손" 지적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관련 사업에만 가점을 주면서 다양한 분야로의 창업 열기 확산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현재 창업자를 모집 중인 예비창업패키지(일반분야), 창업도약패키지(사업화 지원, 성장촉진 프로그램), 사내벤처육성 프로그램(분사기업), 청소년비즈쿨운영학교모집,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사업, 2020년 메이커문화확산 사업 등이 접수기간을 평균 2주 연장했다.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일정이 다시 변경될 수 있다는 점도 고지했다.

중기부는 창업자의 편의 증대와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이같이 모집 기간을 연장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참여자들은 모집기간이 연장되는 만큼 평가 일정 등 지원 사업 전체 프로세스도 연달아 늦춰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K스타트업 홈페이지에 공지된 지원 사업 수정 사항.
K스타트업 홈페이지에 공지된 지원 사업 수정 사항.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모집을 대체한 상황에서 굳이 일정을 연기할 필요성이 있나 싶다”며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아서 상반기는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모집 기간을 늘린다면 선정 평가이나 방식을 효율화해 전체 일정에는 변경이 없도록 하는 방안도 같이 내놓아야 한다”며 “그래야 올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부는 지원 사업 모집을 연장하면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아이템에 가점을 준다는 조건도 추가로 내걸었다.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하거나 확진자 동선 등을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치료에 도움이 되는 스타트업에 우선 지원 혜택을 주겠다는 것. 하지만 이러한 가점이 오히려 다양한 분야의 창업 열기를 식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비창업 준비자는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던 아이템을 가점을 얻기 위해 다시 변경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코로나19 관련 신생업체들을 긴급 지원해 주기 위해 모집 일정도 연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평가 일정이나 방식을 오프라인방식에서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등 창업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추이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영하되 창업 열기가 식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