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韓 시험인증기관, 글로벌 기관과 체급차 여전…해외시장 개척 애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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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험인증기관들은 2010년 통합 이후 꾸준한 성장을 이뤘지만 글로벌 시험인증기관과는 체급차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또 시험인증기관 통합 취지였던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시험 규격 해석 등 소프트웨어(SW) 경쟁력 확보도 과제로 제시된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매출 상위 8대 시험인증기관 매출은 34조378억원대에 이른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시험인증시장 전체 규모(11조3000억원)의 3배에 이르는 매출이 글로벌 상위 8대 시험인증기관에서 나고 있다.

특히 매출 1위를 차지한 스위스 SGS는 매출 7조5812억원으로 우리나라 시험인증시장과 비교하면 절반이 넘는 규모를 차지한다. 인력도 9만6492명으로 10만명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시험인증기관들은 매출 2000억원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또 종사인력도 가장 많은 기관이 1000명 내외다. 인력 기준으로 100배 넘게 체급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시험인증기관들은 해외시장 개척에도 애를 먹고 있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이 워낙 강세인데다 전기·전자 등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들이 강점을 갖출만한 분야는 대형 시험설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려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국내 기관 규모상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는 어렵다.

국내 시험인증기관 고위 관계자는 “섬유 시험 분야와 달리 전기·전자 등 산업은 현지에 법인을 설립하려면 대형 시험설비도 투자해야 되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인 KTL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을 제외한 주요 시험인증기관은 우리나라로 수출이 활발한 중국 위주로 해외사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시장은 상호인정으로 기업 지원을 하고 있다. 현지법인을 설립해 주요 시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국내 시험인증기관 다른 고위 관계자는 “유럽이나 미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은 국내시장으로 들어오는 수출이 많고, 관련 인증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 수요가 적다”면서 “국내 시장으로 들어오는 수출이 적다보니 국내 시장을 발판삼아 해외로 나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시험인증기관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세계에서 매출을 내고 있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은 대부분 1800년대와 1900년대 초반에 설립됐다. 1828년에 설립된 프랑스 뷰로베리타스(Bureau Veritas)는 192년 동안 시험인증사업을 벌였다.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휘어잡는 사이 우리나라는 국내 시장에서 최신 설비에 의존해 시험인증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시험인증기관 고위 관계자는 “(역사가 오래된) 유럽 시험인증기관들은 규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규제를 법과 기준에 따라 점검하는 수준”이라면서 “국내 시험인증기관이 정부 지원을 받아 최신 설비를 갖췄지만 시험인증 규격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전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