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시험연구원 통합을 통해 출범한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의 지난해 매출이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관이 통합된 지 9년 만에 매출이 약 2.5배 성장했다. 이들 시험인증기관들은 통합 10년을 맞은 올해 잇따라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산업을 확장하면서 포화된 국내 시험인증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 장기화가 변수다. 위기 상황을 타개할 기관장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2010년 3개 기관으로 통합…지난해 매출 2.5배 늘어
2010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시험인증산업 글로벌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6개 시험연구원을 3개 대형 시험인증기관으로 통합·신설했다.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이 KCL,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한국전자파연구원이 KTR,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과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이 KTC로 통합됐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시험기관을 대형화하고 국내 시험인증시장 장악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을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기관을 통합했다.
지난해 이들 시험인증기관들의 매출은 2010년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 당시 통합 대상이었던 6개 시험인증기관들의 매출을 종합하면 총 1669억원이었다. 지난해 KCL·KTR·KTC 매출을 합하면 약 396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0년과 비교해 매출이 약 2.5배 증가한 것이다.
매출 증가 원인은 국내 시험인증산업 성장과 함께 주요 기관들도 자연스럽게 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시험인증산업협회(KOTICA)가 발간한 '2017년 시험인증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험인증산업은 2012년 8조3893억원에서 2016년 11조3040억원으로 연평균 7.7%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시험인증산업 연평균 성장률인 5.1%보다 높다. 2017년에서 지난해까지도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인증기관들은 고부가가치 시험인증 서비스를 위해 사업도 다변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15년 11월 한국산업표준(KS) 인증을 복수화하면서 KCL·KTR·KTC를 KS인증 심사기관으로 지정했다. 현재 각 기관마다 10~20명으로 구성된 KS인증팀에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시험업무와 함께 KS인증 심사 업무도 겸한다. 시험·인증 업무를 결합한 원스톱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올해 잇따라 조직개편…기관 간 신사업 확장 경쟁 거세질 듯
이들 시험인증기관은 통합 이전에 업력을 축적했던 고유 사업 분야를 벗어나 융합 신사업 추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잇따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신사업을 대폭 확장하는 모양새다.
KCL은 지난 1월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사업총괄부문과 경영총괄부문으로 조직 관리를 이원화했다. 사업별로는 융합전기와 에너지 사업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KCL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기존 '융합본부'를 '융합전기본부'와 '부품소재본부'로 나눴다. 융합본부는 이차전지와 공기청정기 등 신(新)가전 시험인증을 지원하는 조직이었는데 올해는 이를 세분화해 접근했다. 건물에너지와 에너지실증 등을 다루는 에너지본부에도 힘을 실었다. 에너지본부는 초미세먼지 간이측정기와 에어필터 등 분야를 다룬다. 건물에너지 신사업 태스크포스(TF)도 에너지본부에 속해 있다. 이들 분야는 2010년 통합 이전에 건축과 건자재 위주로 사업을 벌이던 KCL 고유 업무영역과는 거리가 멀다. KCL 통합 이전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은 생활용품·어린이용품·의료기기·안전용품을,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은 건자재·토목·페인트·건축화학 관련 시험인증사업을 해왔었다.
KTR는 올해 1월 선임본부장이 부원장을 겸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조직개편을 바탕으로 건설분야 등 고유 업무영역이 아닌 영역에서 시험인증 사업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KTR는 지난해 10월 건축물·건축자재 내화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방재기술시험센터'도 충남 홍성에 설립했다. 센터는 건축물 화재 확산 방지와 화재시 구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요구 성능 시험을 위한 전문 인프라를 갖췄다.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 건설기술용역업 토목분야 품질검사기관으로 확대 지정받았다. KTR는 2015년 특수분야(골재·레미콘·철강재·용접) 등, 2016년 건축분야 건설기술용역업 품질검사기관으로 지정받은바 있는데, 이번에 토목분야로 확대 지정받은 셈이다. 이 외에 동물 대체시험, 화장품 임상시험 등의 분야는 국내에서 KTR이 할 수 있는 독자 영역이라는 평가다. KTR는 2016년 전남 화순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동물대체시험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식약처 지정 국내 첫 국내 최초 천연·유기농 화장품 인증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KTC는 지난 2일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본부급 조직을 슬림화하고 부서도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8개 본부를 7개 본부로 줄이는 대신 본부마다 담당하는 조직을 확대했다. 특히 바이오의료본부를 바이오환경산업본부로 바꾸면서 대폭 힘을 실었다. 이전에 바이오의료본부에서는 4개 조직을 관할했지만 바이오환경산업본부는 7개 조직을 관할한다. 이 같은 조직 개편을 바탕으로 그동안 정체됐던 성장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KTC 관계자는 “바이오환경산업본부 외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다루는 신성장산업본부에서 신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신산업전략단 조직에서도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역할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코로나19가 관건…어려운 상황 속 기관장 리더십 주목
시험인증기관들이 잇따라 신사업을 강화하면서 올해 사업 경쟁도 가속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 여부에 따라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현장평가와 공장심사 일정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주요 시험인증기관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관장들의 리더십도 관심거리다. 이들 시험인증기관은 포화된 국내 시장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연구소가 통합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융합된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가 관심사다.
2018년 7월 취임한 윤갑석 KCL 원장은 올해 3년차를 맞았고, 지난해 9월 취임한 권오정 KTR 원장은 올해 2년차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제대식 KTC 원장은 올해가 사실상 임기 첫 해다.
한 시험인증기관 고위 관계자는 “2010년 통합 당시 분야가 비슷한 기관끼리 통합한 곳은 시너지효과가 컸지만, 분야가 다른 곳은 조직 간 충돌이 생기면서 성장이 정체됐다”면서 “통합 10년이 지나 처음에 충돌이 많았던 조직도 융화된 만큼 (기관 간) 본격 경쟁할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KCL·KTR·KTC 작년 매출 3960억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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